中과 무역전쟁 치르는 미국의 여유
2019.12.13 17:37
수정 : 2019.12.13 19:26기사원문
미국이 중국산 제품 약 1560억달러어치에 수입관세 15%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시한인 15일(현지시간)을 사흘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하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나라의 무역전쟁이 조금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그동안 미·중 무역전쟁 진행 상황을 보면 협상에서 미국 측이 여유를 보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달 들어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들은 무역전쟁으로 부진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미국 측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지난 6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일자리 26만6000개로 예상치 18만7000개를 크게 상회했다. 또 같이 발표된 실업률은 3.5%로 전월의 3.6%에 비해 더 낮아지면서 50년 중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 기간 시간당 임금 또한 전년동기 대비 3.1% 상승해 연말 유통업계의 성수기를 앞두고 미국 경제를 받쳐주는 소비에 힘을 불어주면서 경제둔화 우려를 완화시켜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은 어떤가. 지난 8일 발표된 통계에서 11월 수출이 예상 밖으로 줄어들면서 외신들은 이 같은 감소가 더욱 미국과의 무역협정 체결을 더 절실해지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11월 수출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1.1%, 대미국 수출은 23% 급감과 함께 1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전체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기대치였던 463억달러에 못 미치는 387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또 10일 공개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 대비 4.5%로 지난 7년 중 가장 높았다.
중국은행(BOC) 국제금융연구소 연구원 왕여우신은 앞으로 중국의 수출은 무역협상 진전 여부에 달려있다며 수출기업들이 1단계 협정 타결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11월 중국의 대미 수입량이 2.7% 증가했으며 미국산 대두 수입량도 전년동기 대비 41%나 늘어 미국과의 협정 체결을 위한 우호적 제스처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은 지난 10월 미국산 가금류 수입재개를 허가한 데 이어 지난 6일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에 부과해온 관세 폐지를 발표했다.
중국의 대미국 어조는 크게 누그러든 인상을 주고 있다. 런훙빈 상무부 차관은 중국 정부가 무역협상의 조기 타결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미국이 1560억달러어치 중국산 소비재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의 경제는 더욱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비해 AP통신은 분석에서 미국의 무역전쟁 피해는 일부 제조업계와 농업에 국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27%로 이보다 작은 나라는 나이지리아와 쿠바, 부룬디, 수단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부 미국 매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말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경제전문방송 CNBC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11월 고용 규모는 미국 경제가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지 않고 있으며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협상에서 훨씬 더 많은 카드를 갖고 있다며 1560억달러 규모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반응을 지켜봐도 된다고 말했다.
폭스비즈니스방송은 지금이 미국이 중국 공산당에 생명줄을 제공할 시기가 아니며 합의된 USMCA로 대중국 수출보다 5배 많은 기회가 열렸고, 내년 1일부터 발효되는 일본과의 새로운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축산물을 낮은 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제안들을 보면 미국은 중국에 비해 무역협상에서 여유를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글로벌콘텐츠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