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봇산업 이제 도약… 제조·서비스로봇 집중 육성할 것"
2019.12.16 17:43
수정 : 2019.12.16 17:43기사원문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사진)은 국내 로봇산업 전망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파이낸셜뉴스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문 원장은 어떤 질문에도 거침이 없었다.
■"로봇산업, 반도체, 자동차에 편중"
국내 로봇 산업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글로벌 기업에 비해 더디게 성장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 차원이다. 그의 견해는 달랐다. 성장률보다는 활용도가 특정 산업에만 치우쳐 있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문 원장은 "세계 로봇 시장이 최근까지 연평균 15~16% 성장했는데 국내 로봇산업도 지난 6년간 연평균 12% 안팎으로 성장해 더딘 편은 아니다"며 "지난 2017년까지 로봇활용 밀도 1위 국가지만 대부분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제조공정 등 대형 장치에만 활용도가 치우쳐져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대규모 산업 위주로만 로봇을 활용했다는 얘기다. 미국, 독일, 덴마크, 일본 등 주요 국가의 경우 중견·중소 기업도 로봇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주변국들은 활용산업 분야가 넓다보니 한국에 비해 로봇 주요 부품부터 관련 서비스, 자재 등 인접산업까지 두루 발달했다. 제조용로봇에만 치우친 국내 산업과 달리 미국은 의료로봇 등의 비중이 높다. 일본은 고령화 추세에 따라 생활보조, 보행보조, 재활관련 로봇 쪽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는 "국내 로봇 산업은 저변이 약하기 때문에 향후 5년간 중소기업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서비스로봇, 핵심부품 키워야"
문 원장은 저변을 넓힐 방안으로 '제3차 지능형 로봇계획'을 추진하는데 공들이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로봇산업 육성 방안이다. 1·2차 계획이 주로 연구개발(R&D) 지원에 초점을 맞춘 반면 3차 계획은 국내 로봇산업의 취약한 부위를 키우는게 핵심이다.
그는 "정부가 지난 8월 3차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니 앞으로 5년간 잘 끌고 갈 일만 남았다"면서 "저변이 약했던 3대 제조업, 앞으로 커갈 4대 서비스 로봇분야와 함께 4대 핵심부품, 4대 SW산업에 대한 단계적 육성 방안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육성방안은 뿌리산업, 섬유산업, 식·음료 산업 등 3대 제조 산업이다. 뿌리산업은 산업의 기반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업종이다. 용접, 금형 제조, 열처리 등의 공정이 필요한 산업이다. 진흥원은 3대 분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공정별 사용지침, 법규 등 표준모델을 우선 개발중이다. 표준이 안착되면 로봇제조업체는 해외 시장에 나서기 수월해진다. 올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이를 위해 제조로봇 전국 투어설명회를 6차례 다니기도 했다.
그는 "서비스 로봇 시장도 수요를 확산시키고 시장을 키워야 한다"면서 "돌봄·물류·웨어러블·의료 4개 카테고리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이나 환자를 돕는 돌봄 로봇은 진흥원이 현재 10개 지자체에 5000대 이상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광양시, 김해시 등에 로봇을 일부 보급중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물건을 들거나, 걸을 때 다리나 허리 힘을 도울 수 있어 산업용 뿐 아니라 재활 치료에도 쓰일 수 있다.
국내 로봇 생태계를 강화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3대 로봇 핵심부품(구동기, 제어기, 감속기)과 로봇 SW 얘기다.
그는 "국내 부품을 키우려면 정부뿐 아니라 대기업 등 민간업체가 참여해서 실증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면서 "올해에도 이미 추경예산을 받아 20억원 규모로 한국로봇산업협회와 함께 완성체 사용기업, 부품기업 등과 실증사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로봇 SW는 플랫폼 기술, 영상처리와 인간·로봇간 상호작용, 물건을 정교하게 잡는 기술 등을 중점적으로 키워야 할 과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문전일 원장은 "앞으로 5년 안에 로봇 산업이 급변할 것"이라며 "그동안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였지만 앞으로는 민간 참여도를 높이고, 로봇 리스, 렌탈제도도 활성화시켜 시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