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중앙경찰학교 경사"어떻게 착한 개만 있겠어요".. 경찰견 핸들러, 犬을 말하다
2019.12.20 16:58
수정 : 2019.12.20 16:58기사원문
"저는 개에게 큰 빚을 진 사람입니다. 조금씩 갚아 나가야죠."
'반려견 천만 시대'가 열린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반려견은 많은 이들에게 가족과 같은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펫코노미(Pet+Economy)' 시장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4%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6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선 여전히 반려견으로 인한 사고, 혹은 반려견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해 생기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반려견으로 인해 이웃 간 마찰이 생기고 개에게 물리는 등 사고가 이어지면서 반려견에 대한 찬반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함께 하는 사람에게는 사랑스러운 가족이자 친구이지만 반려견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중앙경찰학교 김민철 경사(사진)는 이 같은 일들에 대해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는 이들 중 하나다. 경찰견 핸들러로 활동하며 세월호 침몰과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사고 현장을 누빈 김 경사는 경찰견과 반려견의 행복한 삶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수의사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며 자연스레 반려견들과 시간을 보낸 그는 경찰관이 된 후 과학수사계와 공항경찰대 등에서 근무하며 역량과 경험을 쌓아나갔다.
어린 시절은 물론, 사회에 발을 내디딘 이후에도 개들과 함께한 그는 자신을 "개에게 큰 빚을 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을 희생하며 충실히 임무를 수행해 준 경찰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경사는 개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반려견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와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공부하고 경험한 바를 반려견과 함께하는 이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
김 경사는 반려견 시장이 커지는 만큼 반려견에 대한 이해, 그리고 견주들의 성숙한 의식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경사는 "주변인들에 대한 배려, 반려견 배설물 문제, 유기견 문제 등은 천만 반려견 사회에서 우리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라며 "반려견으로 인한 행복만큼이나 책임과 어려움도 함께 수반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TV에서 나오는 반려견처럼 착하고 이쁘기만 한 개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반려견을 자신의 놀이감으로 생각하지 말고 자연 속 하나의 생명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경사의 이 같은 마음은 지난달 '내 인생의 반려견, 내 인생의 경찰견'이라는 제목의 책 출간으로 이어졌다. 김 경사는 책 속에서 반려견에 대해 공부한 바와 개들과 함께하며 경험한 바를 토대로 사람과 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책을 통한 수익금은 모두 반려견과 유기견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김 경사는 "많은 사람들이 개를 이해하고 진정으로 개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개에게 진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인간과 개가 함께 행복한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