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한 '적과의 동침'… 국경·업종도 뛰어넘었다

      2019.12.22 18:28   수정 : 2019.12.22 18:28기사원문
2019년 인터넷업계는 실시간 검색어(실검) 조작 논란을 겪으면서 실검 개편과 폐지 등 후폭풍을 수습하느라 신음했다. 동시에 글로벌과 국내, 업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무한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지분 교환 등 인터넷업계는 미국,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적과의 동침'에 나섰다.

아울러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을 지난달 설립하고 카카오에 이어 테크핀(IT 기반의 금융서비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2020년에도 인공지능(AI), 커머스, 콘텐츠 뿐만 아니라 테크핀에서 국내외 무한경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인터넷업계는 실검 이슈가 지배하면서 양대 포털 서비스는 큰 폭으로 개편됐다. 지난해 '드루킹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네이버는 모바일 첫화면에서 뉴스를 완전히 빼고 뉴스 편집도 언론사가 직접 하거나 인공지능(AI)에게 맡기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지난 8월부터 네이버와 다음 양대 포털 실검이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검색어 전쟁터로 전락하자 정치권은 네이버와 카카오 대표를 또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 실검 전면 폐지를 압박했다.

이에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샵(#)'검색에서 실검을 폐지했고, 다음 실검 역시 폐지 가능성을 열어놨다. 네이버는 이용자 연령대별로 다른 실검을 보거나 AI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가 마케팅 등 보고 싶지 않은 실검을 거를 수 있도록 바꿨다. 네이버는 댓글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이용자의 댓글 프로필도 강화할 계획이다.

'적과의 동침'은 올해 하반기 인터넷업계를 관통하는 가장 큰 화두였다. 메신저, 모빌리티, 음원 등 서비스마다 각을 세운 SK텔레콤과 카카오가 지난 10월 30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단행했다.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라는 절박함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두 기업을 한 배에 타게 만들었다. 한 달 뒤엔 라인과 야후재팬이 경영통합을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구글, 알리바바에 대항하는 세계적인 AI 기술회사를 만들기 위해 손을 잡았다. 야후재팬과 라인 역시 일본 간편결제 시장에서의 경쟁자였다. 이들이 세운 합작법인은 연간 1조원 이상을 AI에 투자하면서 라인이 진출한 동남아시아를 우선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관측된다. 배달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이 독과점 논란에 휩싸일 것을 알면서도 요기요 본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약 4조75000억원에 인수된 것도 국경 없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SKT, 라인과 야후, 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 등이 보여주는 시그널은 국경이 무의미한 인터넷산업이 이종 산업과 경쟁을 심화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경향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크핀'은 2020년 인터넷업계를 달굴 화두로 주목된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잇따라 성공시킨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가 3000만명 가입자를 확보한 네이버페이를 전격 분사, 네이버파이낸셜을 세우면서 한국 금융시장에서 또 한 차례 지각변동을 일으킬 조짐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내년에 네이버통장을 출시하고 대출, 보험상품을 내는 금융플랫폼으로 우선 자리잡을 계획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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