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백화점

      2019.12.24 16:48   수정 : 2019.12.24 16:48기사원문
지난해 10월 125년 전통의 미국 백화점 시어스가 파산신청을 했다. 미국 중산층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제공했던 백화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시어스는 지난 2010년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주도권을 내준 까닭도 있지만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이 시어스의 운명을 재촉했다. 지난 8월엔 100년 역사의 최고급 백화점 바니스뉴욕도 영업을 중단했다.
소비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뀐 데다 뉴욕 맨해튼 등 고급 상권의 임대료가 크게 오르면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공세에 밀려 폐업한 오프라인 매장은 이들뿐이 아니다. 미국 최대 완구점인 토이저러스가 파산했고, 저가 신발 유통업체인 페이리스 슈소스, 생활용품 판매점 샵코, 아동의류 전문점 짐보리 등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재미동포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창업해 미국 전역으로 매장을 늘려가던 중저가 의류업체 포에버21도 늘어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공중분해됐다. '리테일 아포칼립스(소매 종말·Retail Apocalypse)'라는 서슬 퍼런 진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살풍경이다.

롯데미래전략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유통 중장기 전략보고서'도 이런 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00개인 국내 백화점은 2028년까지 34% 줄어들어 66개 정도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밖에도 대형마트는 494개에서 328개로, 슈퍼마켓은 4780개에서 3993개로, 편의점은 3만8014개에서 3만5403개로 축소될 것으로 예측됐다. 온라인으로 소비자들이 빠져나간 만큼 오프라인 매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연구소는 이 외에도 인구구조 변화가 오프라인 매장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인구절벽에 가까운 지역인구 감소가 백화점의 구조조정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오는 2028년까지 전체 시·군·구(247곳)의 절반이 넘는 129곳의 인구가 10% 이상 줄어드는 만큼 이들 지역의 일부 점포는 폐점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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