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면목 있다고 그러죠?"…대한항공 노조, 조현아에 공개경고

      2019.12.25 06:01   수정 : 2019.12.25 20:36기사원문
한진家 3남매. 왼쪽부터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뉴스1DB)© 뉴스1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무슨 면목 있다고 경영참여를 주장하는 거죠?"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 관계자 말이다. 이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경영에 배제된데 따른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낸데 대해 "명분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 신뢰위기를 자초한 핵심 원인 제공자라는 것이다. 한진가(家)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조 전 부사장은 명품 밀반입 혐의 등으로 집행유예 판결까지 받았다.


자숙해도 모자랄 때에 경영참여를 주장하는 건 여론의 십자포화는 물론 KCGI(강성부 펀드) 등 외부세력에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는 24일 성명서를 내고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통해 조합원 및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조현아 전 부사장 경영 복귀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며 "조현아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을 나락으로 추락시킨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반발의 기저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오너가 갑질논란의 시발점이자 KCGI의 경영권 위협을 자초한 원인 제공자라는 비판이 깔려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 땅콩회항 장본인…대한항공 노조 "경영 복귀 어림없다"

한진가 갑질 논란은 2014년 말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태로 전면에 불거졌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되돌리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고 조양호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서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한진그룹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실제 땅콩회항 사건 이후 대한항공 브랜드 가치는 단기간에 급락하는 부침을 겪었다. 2015년 3월 당시 브랜드 가치평가 회사인 브랜드스탁 조사 결과 대한항공 브랜드 가치는 전년 6위 대비 무려 39계단 떨어진 45위를 기록했다.

또 땅콩회항 사건 당시 조 부사장은 사무장 등에 대한 폭언·폭행은 물론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혐의를 인정받아 결국 집행유예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사건 당사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이 부당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구설수가 계속됐다.

박 전 사무장이 제기한 부당징계 무효확인 청구소송이 기각되긴 했지만 땅콩회항이 남긴 논란은 한진그룹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오너가 갑질이 세간에 알려지며 경종을 울린 대표적인 사건인데다 연이은 사건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사건이 사법처리 대상이 아닌데도 여파가 컸던 것도 땅콩회항 전례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조현아 전 부사장과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연루된 밀수(관세법 위반혐의) 및 불법가사 도우미 고용혐의가 한진그룹 신뢰위기의 정점을 찍었다. 이를 계기로 11개 정부 부처가 한진그룹을 전방위에서 압박했고 관세탈루, 밀수 등 혐의가 알려지며 기업가치가 급락했다.

지난해 4월 2만5000원선을 오가던 한진칼 주가는 해외명품 밀반입 수사가 본격화된 7월 1만6400원선까지 폭락했다. 지난해 10월까지도 1만8000원 안팎까지 떨어졌고 이는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 가 지분을 매입, 그룹 경영권을 위협하게 된 단초가 됐다.

KCGI는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걸고 가격이 떨어진 한진칼 지분 매수에 나섰다. 지난해 8월 펀드 설립 후 곧바로 한진칼 지분 10.8%를 사들인 KCGI는 최근까지 지분율 15.98%를 유지하다 지난 23일 1.31%를 추가로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지분 추가매입 공시 시점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입장 발표 날과 맞물린다. 한진그룹 경영권 공격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는 의미다. 보유 지분율만 17.29%에 달한다. 강성부 펀드는 호텔사업 정리, 항공우주사업부 분사, 노선 감축 등을 요구하며 한진그룹 경영권 장악을 위한 공격을 강도 높게 이어간 바 있다.

신뢰위기 극복하는 시점서 분쟁…강성부 펀드 등 행보 주목

더욱이 노조 입장에서 조직쇄신 등을 통해 가까스로 신뢰 회복 단계에 들어간 대한항공 경영에 분란의 씨를 남긴 조현아 전 부사장 행동은 시기적으로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 사장을 맡으며 갑질 논란에서 한 발짝 물러나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 구성 등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1월에는 조종사 노조를 직접 찾아 임금협상 등을 이유로 간극이 벌어진 노사 관계 재정착에 대한 의지도 보여줬다.

최근에는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헌장을 제정 및 공표했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위원장을 선임하는 등 지배구조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주주와 임직원, 고객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가까스로 정상궤도에 오른 현 시점에 조 부사장이 나선 것에 노조 입장에서는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KCGI와 반도건설(한진칼 지분율 6.28%)이 이번 내분을 활용해 경영권 위협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도 노조가 조 전 부사장을 강하게 질타한 이유 중 하나로 해석된다.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 관계자는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최근 회사 복리 개선, 조직 운영 효율화 등 쇄신이 이뤄지고 있는데 본인 밥그릇만을 챙기고자 경영권 분쟁을 야기했다"며 "사회적인 공분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자각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조현아 전 부사장 법률대리인 측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조원태 회장 체제를 흔들려는 게 아닌 "상속인이자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요 주주로서 가족간 얘기를 하자"는 취지라고 이번 입장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가 맏이이자 주요 주주지만 경영에서 배제된 데 불만이 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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