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공수처는 귀태"··거센 반발 속 공수처법 필리버스터 종료
2019.12.28 23:59
수정 : 2019.12.28 23:58기사원문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법 본회의 상정을 지연 시키기 위해 지난 2004년 이후 15년만에 국회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한국당 의원들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패스트트랙법안 처리에 공조하고 있는 '4+1 협의체'까지 찬반 토론에 나서며 치열한 여론전을 펼쳤다.
■한국당, "공수처는 귀태"··맹비난
한국당측 첫 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는 김재경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집중 사찰 및 표적 감찰이 가능하다"면서 "(공수처장 임명)을 대통령이 한다. 누구 눈치를 보고 누구 입 맛에 맞는 감찰과 사찰을 하겠나"라고 날을 세웠다.
정점식 의원은 송철호 울산시장을 둘러싼 '하명수사 의혹'을 거론하며 "공수처가 대통령의 '30년 지기'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순진하거나 권력기관의 생리를 모르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또 "공수처가 설치되면 전직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되고 구속되는 한국 정치 병폐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당 정태옥 의원은 "공수처가 생기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구속 1호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공수처가 바로 '귀태(鬼胎)'다. 귀신이 살아 태어나는 것이 공수처"라고 맹비난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보라 의원은 단상에 올라 의장석에 앉아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을 돌아보며 "본회의장은 문희상 국회의원실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의의 전당이 쑥대밭이 됐다"며 공수처를 '무소불위 공룡 기관'·'게슈타포(독일 나치 정권 비밀경찰)'·'정권의 사냥개' 등으로 비유했다.
■ '4+1', "모기가 반대해도 에프킬러 산다"
'4+1 협의체'는 공수처 설치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한국당에 맞섰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후보로 올라가지도 못한다"며 "그런데 어떻게 공수처가 문 대통령의 친위부대가 될 수 있겠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본회의에 상정된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 7명 중 6명의 동의를 얻은 2명 중 1명을 대통령이 선택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엔 야당 추천 인사 2명이 포함된다.
백 의원은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에 대한 수사는 전광석화처럼 진행됐지만 나경원 전 한국당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검찰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송영길 의원은 "검찰은 검사 2300명, 수사관 7000명 조직이다. 반면 공수처는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짜리 조직"이라며 "큰 조직의 권력 남용은 괜찮고 작은 조직은 독일 게슈타포라고 하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비판했다.
8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모기가 반대한다고 에프킬라를 사지 않겠나. 조폭이 반대한다고 파출소 설치를 주저하겠나"라며 공수처 반대 세력을 '모기'·'조직폭력배'에 비유했다.
이날 '4+1'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지 없이 드러내며 검찰권력 견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윤 총장이 수 차례 좌천을 당하자 당시 서울대 교수 신분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에게 "윤 총장 사표를 만류해달라"고 요청했던 일화를 공개했다.
박 의원은 "조 전 장관이 전화를 걸어와 '어떤 경우에도 좋은 검사가 사표를 내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며 "그렇게 지켜진 윤석열 검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 과업을 윤 총장에게 맡겼는데 '윤석열표' 수사를 하고 있다"며 "대단히 서운하고 섭섭하다. 수사의 칼날은 칼집과 같이 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윤 총장표 수사가 헌법상 원리인 과잉금지의 원칙과 비례성의 원칙에 부합한지 돌아봐 달라는 요청도 했다.
한편 제373회 국회(임시회) 회기가 종료됨에 따라 공수처 반대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료됐다. 공수처법은 오는 30일 열릴 제374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가장 먼저 표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패스트트랙법안 저지가 실질적으로 어려운 만큼 한국당은 선거법 본회의 표결 당시처럼 육탄저지 등을 통한 대국민 여론전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