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이란, 오만만 합동 해군훈련…중동, 美영향력 감퇴 방증
2019.12.29 13:55
수정 : 2019.12.29 13:55기사원문
중국과 러시아, 이란 3개국이 사상처음으로 중동 석유 주요 해상수송로인 오만만에서 합동 해군훈련을 실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빠르게 후퇴하고, 그 공백을 러시아와 중국이 메우는 흐름이 이제 육상을 넘어 해상 수송로로 확대됐음을 뜻한다.
FT에 따르면 이들 3개국은 사상처음으로 합동 해군훈련에 나서 27일 이란과 중국의 해상 석유운송로인 오만만에서 연합 훈련을 치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에서 미국의 탈퇴를 이끌어내고 지난해 5월 이란에 경제제재를 가한 것에 대해 이란이 중·러와 손잡고 미국의 뜻대로 순순히 굴복하지는 않을 것임을 천명한 셈이다.
훈련 뒤 이란 해군 부사령관인 골람레자 타하니 해군중장은 "이번 훈련의 가장 큰 성과는 이란은 고립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면서 "이란, 러시아, 중국 간 관계는 새로운 고차원에 도달했으며 이같은 흐름은 앞으로 수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해 5월 트럼프의 이란 제재 뒤 걸프만에서는 이란과 미국간 일촉즉발의 상황이 여러번 되풀이됐다. 올 6월 이란이 미국의 감시 드론을 격추했고, 7월에는 영해를 침범했다며 영국 유조선을 나포하기도 했다.
이란과 중, 러 3개국의 합동 해상훈련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이들 3개국의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조너선 이얄 부소장은 "이번 훈련은 신중하게 계산된 것으로 훈련 참가 3개국 모두가 승자"라고 평가했다.
이얄 부소장은 "이란은 이 지역의 실력자임을 선언한 셈이고, 러시아는 중동 지역에서 핵심역할을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은 글로벌 해군력을 드러낼 수 있었다"고 이얄은 평가했다.
그는 이어 3개국 합동 해상훈련이 전하는 "전략적 메시지는 자신들이 중동지역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3개국 합동 해군훈련은 이란 남동부 항구도시 차바하르에서 공격으로 위기에 빠진 호위함들을 구출하는 가상 훈련으로 가장 중요한 해상 석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시작해 이란-중국 해상 석유 운송로인 인도양 북단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란은 중국에 핵심적인 석유공급국 가운데 하나다. 연간 석유수입의 절반 가량을 이란에서 수입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 이전 하루 280만배럴이던 이란 석유수출은 현재 하루 50만배럴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중국은 지금도 편법을 동원해 이란 석유를 계속 수입하는 것으로 보이며 여전히 이란의 최대 석유수출국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란 석유가 필요한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중동 지역 세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 충격을 상쇄하기 위한 교역, 금융 대안들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
한편 이들 3개국의 합동 해상훈련은 지난달 해상 석유 운송로 안전을 꾀한다는 목표로 벌어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등 중동 3개국과 영국, 호주 등이 참가한 미 주도의 합동 해상훈련 뒤에 이뤄졌다.
미국은 3개국 합동 훈련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 국무부는 이란은 합동 해상훈련에 대해 '두번 생각'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같은 행동은 역내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에 이해관계를 가진 모든 이들을 우려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