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고유정·안인득… 사건 터질때마다 '부실 수사' 논란

      2019.12.29 17:18   수정 : 2019.12.29 17:18기사원문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는 한해가 됐다. 그러나 올해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올 상반기만 해도 버닝썬 수사 및 고유정 초동수사 논란 등 굵직한 부실수사 의혹들이 쏟아졌다.

경찰은 논란이 일 때마다 관련 후속 대책을 약속했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제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 명운 뒤흔든 사건들

29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부실수사 논란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이었다.
보안요원과의 폭행사건으로 시작한 버닝썬 사건은 경찰과 유흥업소, 유명 연예인간 유착 의혹으로 순식간에 번졌다. 클럽 내 마약 유통, 여성 대상으로 한 성범죄도 함께 불거졌다. 이후 핵심인물인 승리와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모 총경 등의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서 논란은 계속됐다.

부실한 초동수사 비판과 이로 인한 재수사도 끊이지 않았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해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을 둘러싼 경찰 자체 조사 결과에서도 현장보존과 압수수색이 미흡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펜션 현장에 대한 보호조치 없이 청소가 이뤄졌고, 증거물 압수현장에서도 주요 압수물을 발견하지 못한 점 등이 지적됐다.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 진상조사에서는 반복되는 신고에도 초동조치가 미흡한 점을 인정했다. 가수 비아이 마약 의혹과 YG엔터테인먼트와의 유착 의혹도 재수사에 돌입했다.

이 같은 일이 생길 때마다 경찰은 재발방지를 위한 새로운 대책을 약속했다.

버닝썬 사건의 핵심인 경찰 유착비리 및 부실수사를 근절하기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를 특별 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강남권 4개서에는 '반부패 전담팀'을 배치했다. 강남경찰서는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152명을 전출, 130명을 전입하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행했다.

고유정 사건 수사와 관련한 진상조사 이후에는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 사건 발생 시 경찰청 주도의 종합대응팀을 가동하기로 했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초동수사 단계부터 경찰(본)청과 지방경찰청 차원의 적극 대응으로 일선에서 놓치는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조직의 기반 확보가 우선"

전문가들은 경찰의 이 같은 재수사와 대대적인 대책 이전에 원론적인 기반 다지기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 안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사전에 부실수사를 막을 수 있는 교육뿐 아니라 아니라 범죄 예방이나 피해자 신변보호 등과 관련된 다양한 장치, 제도들이 도입되고 있다"며 "하지만 제도 이전에 경찰의 인력부족이나 예산 등의 문제해결이 뒷받침 돼 있지 않다보니 계속 문제가 중첩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훈련이나 교육이라도 받으려면 별도의 시간을 만들어야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고 바쁜 현장에서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또 대책이 세워져도 인력들이 확보 안 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도입하다보니 소수의 인력이 일을 시작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도 달라진 제도·대책 등을 교육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 같은 부실수사 논란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초동수사다. 이 때문에 교육과 대응훈련 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시간·인력부족 등으로 교육할수 있는 시설이 충분치 않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제도 등을 바로 알려주고 일선 현장 경찰관들에게 관련 정보가 빠르게 전달돼야 달라진 사회적 인식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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