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없다고 억울하지 않도록… 中企 목소리 경청합니다"
2019.12.30 17:28
수정 : 2019.12.30 17:28기사원문
최근 서울 공항대로 경청 사무실에서 만난 장태관 이사장은 "기술탈취, 지식재산권 침해 등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은 상대 기업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 같은 초기 법률 단계부터 법률 대리인(변호사)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중소기업 법률지원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민간 재단법인인 경청은 지난 10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재단설립 승인을 받고 지난 18일 본격 출범했다. 재단 설립자는 장 이사장 부인 손태복 부천대학교 교수다. 손 교수가 출연한 100억원으로 재단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장 이사장도 지난해 사업체를 정리하고 재단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실질적인 운영방안과 조직구성 등을 함께 고민했다.
장 이사장이 재단 설립을 마음먹은 건 중소기업의 설움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20년간 모바일 플래시 기업 '아이엠커넥션'을 운영한 그는 "2G 핸드폰 시절 모바일 플래시 카드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회사는 잘 운영됐지만 중견기업, 대기업이 아이디어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억울했지만 방법을 몰라 참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답답해서 업계를 대변해 국회 토론회에 참석도 했다"면서 "그 때의 경험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재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경청은 운영센터와 지원센터, 법률지원단 등 3개로 구성되며 현재 장 이사장을 포함해 7명이 근무한다. 법적인 지원을 위해 박희경 변호사와 이민주 변호사가 상주한다. 이들은 각각 전 법무법인 로고스와 애경그룹 사내변호사로 근무하다 경청에 합류했다.
경청 업무의 핵심은 중소기업을 위한 무료 법률지원이다. 단순 법률상담, 자문을 넘어 조정, 소송 등 변호사가 필요한 최종 단계까지 지원한다.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신고를 접수하면 재단이 법률검토를 거쳐 사건을 맡는다. 이후 재단 변호사, 경청과 제휴한 변호사가 사건을 진행한다.
장 이사장은 "작은 회사 대표들은 비용 때문에 변호사 사무실을 들어가는 것부터 망설인다"면서 "이를 고려해 사무실 문턱을 낮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스겟소리로 전생에 죄를 지면 중소기업 대표를 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억울한 중소기업인이 법적으로 다퉈보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만은 막고 싶다"고 말했다.
경청은 연중 100건 정도 되는 기업 법적분쟁을 맡을 계획이다. 원활한 법률지원을 위해 재단 내 변호사 2명 외 법무법인 정률과 자문계약도 맺었다. 또 피해 중소기업을 중소벤처기업부 법무지원단 등 정부가 진행하는 중소기업 법적 분쟁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할 예정이다.
장 이사장은 "정부는 이미 중소기업을 위한 법률구제 정책을 펼치지만 실제 피해사례가 다양해 중소기업은 정책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경청은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 의 통합 창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경청은 오는 2025년까지 마련된 자본금으로 비영리 법률 대리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후 추가 출연금을 확보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종합 법률 서비스 재단으로 성장한다는 구상이다. 장 이사장은 "법률, 행정 지원을 통해 얻는 사례를 통해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 정책 개선 활동도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