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환경미화원

      2019.12.31 16:06   수정 : 2019.12.31 16:38기사원문
환경미화원 채용조건은 비교적 단출한 편이다. 대개는 필기시험 없이 1차 서류전형, 2차 체력평가, 3차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별도의 국가공인자격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관건은 2차 체력테스트다. 시험 내용은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10㎏ 모래주머니 멀리 던지기, 20㎏ 모래주머니 메고 30m 반환점 돌기, 25㎏ 모래주머니 들고 오래 버티기 같은 종목 중 두 개 정도를 채택한다.

단군 이래 최악의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환경미화원 채용에 20대가 대거 몰리고 있다. 최근 환경미화원 16명을 모집한 인천 남동구엔 총 110명의 지원자가 몰려 7대 1의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 중 20대가 16명으로 14.5%를 차지했다. 또 30대 30명(27.2%), 40대 30명(27.2%), 50대 34명(30.9%) 등으로 20~30대 지원자가 절반에 가까웠다. 지난 9월 인천 서구 환경미화원 채용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5명 모집에 114명이 응시, 23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이 시험엔 20~30대 지원자가 56명(49.1%)이나 됐다.

환경미화원에 20대가 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직업의 안정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환경미화원은 정식 공무원은 아니지만 각 지자체 소속으로 준공무원 대접을 받는다. 초임 연봉도 야근·휴일 근무수당 등을 포함하면 4000만~5000만원으로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나은 편이다. 또 별도의 승진은 없지만 32호봉(32년)까지 임금이 계속 올라 나이에 걸맞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씨는 요즘 20대를 '9급 공무원을 원하는 세대'라고 칭한다. 9급 공무원은 박봉에 일도 쉽지 않지만 정년이 보장되고 상대적으로 복지도 좋은 편이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절반이 공무원을 꿈꾸는 공시족인 까닭이다.
환경미화원 모집에 20대가 몰리는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환경미화원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일한다는 직업적 사명감까지 가질 수 있다.
우리 사회를 위해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젊은 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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