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어지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채권시장 '긴장모드'
2019.12.31 16:59
수정 : 2019.12.31 16:59기사원문
12월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1·4분기 중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약세(채권가격 하락)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채권금리도 동조화 현상을 보이면서 내려간다. 채권금리 하락은 채권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즉 기준금리 인하는 채권수익률 하락, 채권시장 강세를 가져온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1·4분기 중 금리 인하를 단행하려면 경기 부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지금으로서는 성장과 물가 측면에서 트리거 요인이 부재하다"고 설명했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재상승도 부담이다. 허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7월부터 다시 상승했는데 이는 저금리를 기반으로 한 고유동성 환경 때문"이라며 "한국은행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인 동시에 가장 큰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라 1·4분기 중 인하에는 리스크 요인이 산적해 있다"고 분석했다. 총선 전에 기준금리를 내린 적이 없다는 점도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채권 약세론에 무게를 싣는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9년 둔화 혹은 침체에 편향됐던 경기 인식이 차츰 개선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큰 그림이 달라진다는 것은 채권시장 참가자들에게 향후 시중금리 상승이나 채권가격 조정에 대한 우려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향후 채권에 대한 중장기 투자전략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꿀 수 있고, 가격 상승시 포지션 축소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대외 여건의 개선으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약화가 불가피해졌다"며 "경기 모멘텀 개선 및 금리 인하 기대 약화를 반영할 금리 흐름에 대비해 (채권 투자에)보수적인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정부가 국고채 발행량을 사상 최대 규모로 계획하고 있어 발행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발행한도는 2019년보다 30% 가까이 늘어 13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유통되는 국고채가 증가하면 채권값이 떨어지게 되고, 발행금리는 오른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중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해 하락했으나 정부에서 채권시장 공급 우위 우려에 대해 미온적으로 반응하자 장기 영역을 중심으로 낙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시 1월 효과, 세계 경제전망 상향조정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지속되며 글로벌 채권 약세 환경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다소 이견을 보였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같이 갈 필요성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완화적 통화정책은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우리나라는 잠재적으로 0%대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어 정책여력이 있는 국가"라며 "유럽, 일본 등 정책여력이 떨어지는 국가에 비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채권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채권 투자자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채권대차잔고는 23조8795억원으로 같은 해 11월 말(19조9054억원) 대비 16% 이상 증가했다.
bjw@fnnews.com 배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