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예방접종 후 '지체장애 1급' 판정.. 法 "보상 안해도 돼"
2020.01.01 12:00
수정 : 2020.01.01 13:51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독감 예방접종을 맞은 후 1급 지체장애 판정을 받더라도, 기존 질환과 연관성이 있다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안종화)는 A씨가 질병관리본부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거부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10월7일 용인에 위치한 보건지소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받았다.
약 10일 후인 18일 오전 6시 응급실을 찾은 A씨는 길랑-바레 증후군(급성 이완성 마비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치료를 받았지만 신체에 마비가 왔다. 결국 2015년 6월9일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A씨는 2015년9월 질병관리본부에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을 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2017년 12월께 "예방접종과 사건 증상과의 근접성이 있으나, 백신에 의한 가능성이 불명확해 인정되기 어렵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소송을 냈다.
다만 조사결과 A씨는 응급실에 방문하기 5일 전 내과에 방문해 '설사를 동반한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진단받고, 지사제를 복용했다. 또 수차례 급성위염, 결장염 등으로 약을 복용한 것이 밝혀졌다.
재판부는 대한의사협회에 사실조회와 의견을 요청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설사, 복통은 캄필로박터제주니 등에 의한 위장관 감염의 대표적 증상이며, 이는 길랑-바레 증후군의 선행 증상일 수 있다"며 "길랑-바레 증후군은 A씨가 평소 앓던 위장관염이 원인일 수 있다"고 회신했다.
재판부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예방접종 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책임은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반드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 사실관계로만 증명이 돼도 충분하다"며 "다만 피해자가 입은 질병이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증명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방접종이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하여 이 사건 증상에 이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예방접종과 무관하게 발병한 위장관염이 사건 증상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