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 맞서다 쫓겨난 박정희씨 사립여고 교장 되다

      2020.01.06 22:26   수정 : 2020.01.06 22: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사학비리에 맞서 9년간 투장한 이력을 가진 대학교수가 사학비리가 불거져 설립자가 구속된 학교에 교장으로 선임됐다.

임시이사들로 구성된 완산학원 이사회는 전주 완산여고 신임 교장에 박정희 전 전주기전대학 교수(52·사진)를 임용했다.

박 교장은 전주기전대학 재직 중 교내 비리에 맞서 9년간 투쟁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08년 총장이 설립자 행세를 하며 학교 재산을 횡령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가 대학본부로부터 파면 처분을 받았다. 그는 파면무효소송을 벌여 승소했으나 임용기간이 종료돼 재임용소송을 벌여야 했다.


이 소송에서도 이겨 임용은 됐으나 2017년 대학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또 파면 조치됐다. 1년 만에 파면무효소송에서 승소해 2018년 12월 복직했다.

그러는 동안 재판을 12번 했다. 파면→재임용→2차 파면→그리고 재임용 과정을 거쳤다.

박 교장은 “전주 기전대학교는 개인이 설립한 학교가 아니다. 기전여고(호남기독학원) 60주년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다”며 “학생 등록금을 학생에게 사용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이 유용하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어 문제를 제기했고 그 싸움이 9년간 지속됐다”고 덧붙였다.

사실 박 교장은 총장 최측근이었다. 해외 연수 등을 함께 다니며 비리를 알게 됐고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처음 문제를 제기할 때 산학협력단 팀장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박 교장은 “교수 연구실도 없고, 연구할 책도 사주지 않고, 학과 조교도 없는 그런 학교에서 총장이 원하는 물건은 10억원 들여 구입한 것을 보고 싸움을 결심”했다.

박 교장은 “2차 파면이 부당하다는 판결로 복직을 했지만 과 소속을 주지 않았고 강의도 못하게 했다. 이미 정상적인 대학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지난해 11월27일 사표를 제출했고 12월 5일자 사표 수리됐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교장으로 임용된 완산여고(완산학원) 설립자의 횡포와 내가 있던 대학 총장의 행태가 너무 흡사해 어느 부분에서 변화를 일으키면 되겠다는 각오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오랫동안 머물러 있기 때문에 학교가 편안한 공간이었으면 한다. 그래서 교실을 바꿀 것이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포부도 밝혔다. 우선 졸업식·입학식을 학생 중심으로 바꾼다. 졸업식 단에 전체 졸업생을 올릴 계획이다.

졸업하는 학생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졸업장을 졸업생 모두에게 주고 입학식도 입학증서를 신입생 전체에게 주는 형태로 변화를 꾀한다.

박 교장은 “모든 것은 선생님들하고 상의하겠지만 학교 행정을 학생 중심으로 바꿀 것”이라며 “졸업가운도 세련되고 멋진 것으로 렌트해 입힐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을 성적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은 오만방자한 것이다”며 “완산여고에 입학하면 악기하나는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수영·스케이트는 필수 스포츠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재학생은 누구나 외국여행을 한번 이상 다녀와야 하고 외국인 학생과 교류해야 한다.

투표가 가능하게 돼 학생전원 투표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이 계획은 오는 4월15일 실시되는 21대 국회의원선거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박 교장은 “선거법이 허락하면 후보자를 불러 청년정책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도 가질 것이다”며 “전주시민으로 살아갈 아이들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교장은 인터뷰 내내 시계를 봤다. 이유를 물었다.

“2020년 특성화고 혁신 지원사업이 7일 발표하는데 PPT를 준해해야 한다”는 답이 왔다.

그는 “이 사업이 확정되면 3억원을 지원받는다. 이것으로 학생들에게 해줄 것이 너무 많다”며 “지난해 12월27일부터 주말 반납하고 몇몇 선생님들과 밤낮없이 고생했는데 선정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교과 지식뿐만 아니라 학교라는 작은 공동체 안에서 더 큰 사회를 배우고 성장한다”라며 “여러가지 일을 반복해야하는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지난한 과정을 기꺼이 감내할 것”이라고 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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