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패싱 인사'에 검난 우려...秋 "총장이 명을 거역한 것"
2020.01.09 14:57
수정 : 2020.01.09 15:19기사원문
검찰청법상 법무부 장관이 인사 전에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도 검찰은 '패싱'됐다는 것이다. 검찰을 협력관계 대상이 아닌 맹목적인 개혁의 대상으로 법무부가 인식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면서 검난을 예고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인사 공정성에 내부 불만 쏟아져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밤 갑작스레 이뤄진 검사장급 이상 검사 인사가 발표된 뒤 검찰 내부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윤 총장 측근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도 모자라 친여권 인물들로 요직에 채웠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철완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는 이날 검찰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 "어제 발표된 고위직 인사는 그 과정과 내용 모두 낯설다"고 평가했다. 검찰총장 의견 청취가 인사 과정에서 이뤄지지 않은 점과 얼마 되지 않아 대검 참모진 전원이 교체된 점 등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검찰 간부는 "이번 인사는 윤 총장의 힘을 빼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모두 좌천시킨 케이스"라면서 "새로운 장관이 임명된 후 첫 인사에서부터 공정하지 못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경상권 검찰청의 검사도 "내부에서는 검찰과 무작정 타협하지 않는 추 장관식 독재가 펼쳐졌다는 평이 많다"며 "함께 가야 할 검찰을 적으로 돌려 낭떠러지로 내미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각을 세웠다.
실제로 법무부는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동문인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을 임명하는 등 여권 인물들로 요직에 앉혀 정치적 논란을 낳고 있다.
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해온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윤 총장과 막역해 '소윤'으로 불리는 윤대진 수원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이동했다. 이들 모두 수사와 거리가 먼 한직으로 밀려난 것이다.
이밖에 청와대의 선거개입·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윤 총장의 핵심참모들 모두 고검 차장검사나 지방 검사장으로 자리를 이동하는 등 좌천성 인사가 났다.
이로 인해 법무부의 공정성 기준에 의문을 던지는 검찰 간부들의 반발성 줄사표가 금명간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추 장관이 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임명된 지난 2일 박균택 법무연수원장과 김우현 수원고검장은 사의 표명을 했다.
박 원장은 최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통과와 국회 표결을 앞둔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김 고검장은 지난달 검찰 내부통신망에 '패트(패스트트랙) 수사권조정법안의 긴급 수정안 상정 촉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秋 "총장이 명을 거역한 것"
법조계에서는 그간 법무부가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과 관련해 검찰 입장을 패싱해왔던 상황에서 인사의 공정성까지 잃을 경우 일선 검사들의 대대적인 반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 조치로 여권과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추 장관이 낸 인사 조치는 여권 수사를 지휘하는 수장들을 갈아치워 수사를 망친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인사의 공정성은 최후의 보루인 셈인데, 이마저도 (검찰 내부) 신뢰를 잃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추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인사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검찰청법 34조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자유한국당 정점식 의원 질의에 "내가 위반한 것이 아니라 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법무부와 검찰은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 관련 조율을 두고 정면충돌해왔다. 법무부는 추 장관이 윤 총장과 직접 대면해 인사 관련 의견을 들을 것이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그러나 대검찰청은 검찰인사위원회 논의 시작 30분 전에 윤 총장을 호출했다는 등 요식 절차가 우려된다고 반박해왔다.
현직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이 항명했다고 공개 비판함에 따라 검찰 내부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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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