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호봉제 손질나선다...직무급제 도입 확대 추진

      2020.01.13 15:28   수정 : 2020.01.13 15: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연차에 따라 급여가 오르는 호봉제에서 직무 난이도나 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를 다르게 책정하는 직무급제를 도입 확산에 시동을 걸었다. 일의 난이도나 중요도, 책임 정도 등 인사관리나 성과보상 기준을 바꿔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의미다. 하지만 노동계 반발이 예상돼 임금체계 개편까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13일 직무 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산업 현장에서 직무 능력 중심의 직무급 중심으로 전환하는 절차나 방식, 고려할 사항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이다.

고용부는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호봉제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호봉제란 매년 물가 인상률 등을 반영한 일률적인 인상에 근속 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제도다.

하지만 3% 미만의 저성장이 지속되고, 인구주고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과도한 연공성은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이날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호봉제는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노동자들의 기업에 대한 소속감을 높였고고, 기업들 또한 성장 과정에 있기 때문에 호봉상승으로 인해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더라도 이를 감당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면서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고령화로 인한 기업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청년들을 신규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을 감소시키거나 중·고령자의 조기퇴직을 유도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의 내용과 능력보다 입직 형태나 근속기간과 같은 인적 속성을 더 중시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그 결과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를 확대시켰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호봉 때문에 임금격차가 크거나, 서로 다른 일을 하더라도 호봉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비슷한 임금을 받게 되는 등 '동일노동 동일임금' 취지에 반하거나 임금의 공정성 문제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고용부는 이번 매뉴얼에 노사가 자율적으로 직무와 능력 중심의 공정한 임금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과거 일부 회사는 일방적으로 호봉제를 직무급제로 전화하려다 노사 갈등이 발생하고, 임금 삭감 수단으로 악용한 사례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매뉴얼에는 복잡한 임금구성체계를 단순화하는 것에서 △다양한 유형의 임금 체계 개편 방법·사례 △직무가치에 기반한 인사관리체계 도입을 위한 직무 분석·평가방법 △제조업 범용 직무평가 도구 활용방법 등을 제시했다.

고용부는 직무중심 임금체계 확산을 위해 올해 안에 '직무중심 인사관리체계 도입 지원사업'을 신설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사업을 통해 직무평가도구가 개발된 8개 업종(보건의료·호텔·철강·금융·공공·사회복지서비스·IT·제약) 중 직무관리체계 도입 희망 기업을 대상으로 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문 컨설팅을 지원한다.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실제로 속도를 낼 지는 미지수다.

노동계가 호봉제 폐지에 반발하고 있고,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직무급제 도입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지만 실제 도입 자체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노동계는 업무나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별하면 임금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임 차관은 "기업의임금체계는 정부나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닌만큼 노사가 충분한 협의와 소통을 통해 노동자가 수용가능한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노사정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현실에 맞는 임금체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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