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노년, 지갑 닫고 저축 늘려… 한국 실질금리 낮췄다
2020.01.13 17:44
수정 : 2020.01.13 18:05기사원문
고령화가 실질금리 하락을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금리란 명목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값으로, 경제 주체들이 체감하는 금리 수준을 말한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경제주체들의 투자양태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이나 펀드 등 고수익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 확대가 대표적이다. 더불어 우리나라 고령층의 부동산 등 실물자산 보유성향이 지속되면서 가계부채를 확대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근 60대 이상 고연령층의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모습도 수치상으로 확인되고 있다.
■고령화, 실질금리 하락시켜
한국은행이 13일 발간한 BOK경제연구 '인구 고령화가 실질금리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실질금리(명목금리-소비자물가상승률)는 1995년 9.0%에서 2018년 0.4%로 하락한 가운데 인구 고령화로 인한 하락분은 3.0%포인트로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명목금리로 통안증권 1년물 금리를 사용했고 실질금리 변동요인 중 기대수명, 인구증가율, 노령인구 부양비율 등 고령화와 관련된 변수만 반영했다.
보고서는 다른 요인들은 변하지 않고 인구 증가율, 기대수명 및 노령인구 부양비율만이 지난 1995년 이후 우리나라의 데이터와 매우 유사하게 움직일 경우 실질금리가 어떻게 변동하는지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인구 고령화로 은퇴 이후 생존기간이 늘어나 소비가 감소하고 저축이 증가하는 데 주로 기인한다"며 "향후 인구 고령화가 지속될 경우엔 실질금리가 현 수준에 비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에 따른 실질금리의 하락은 금융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저금리 상황이 금융기관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다 보면 주식이나 펀드 등 고수익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미국 및 유로 지역 등 주요국의 경우 고령층의 고수익 추구를 위한 금융자산 투자가 활발한 상황이다.
■가계부채 확대 우려 있어
고령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실물자산 선호 및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층의 자산 축적이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편중돼 있다. 지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으로 보면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계의 경우 총자산 중 실물자산 비중은 82%에 달한다.
한은도 BOK경제연구에 실린 '인구고령화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가계는 미국, 유로지역, 일본 등 주요국과 달리 연령대가 높을수록 총자산 중 실물자산의 비중이 큰 상황"이라며 "국내 고령층 자산의 부동산 등 실물자산 편중 현상이 향후 장기간 지속될 수 있어 주택가격 변동 및 유동성 리스크 완화를 위해 실물자산(부동산) 유동화 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고령층의 실물자산 선호가 지속되면서 가계부채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7·2019년 3·4분기 중 대출 증가율(연평균)을 보면 40대가 3.3%로 가장 낮았고 60대 이상이 9.9%로 가장 높았다. 60대 이상 대출 비중이 지난 2014년 이후 연평균 0.5%포인트 상승하면서 지난해 3·4분기 말 18.1%에 달했다. 한은은 "베이비붐 세대의 고연령층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60대에 신규 편입되는 차주의 대출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며 "기대수명 연장 등으로 노후준비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임대부동산 투자 및 자영업 진출 등을 위한 차입수요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