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최고 좌완 투수가 삼성 못가는 이유… "전학 때문에"
2020.01.15 18:57
수정 : 2020.01.15 18:57기사원문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 투수와 타자를 겸했다. 이른바 '2도류' 선수였다. 3학년 때 전국대회 타율은 4할2푼2리. 투수로는 3승1패 평균자책점 2.43을 기록했다. '2017 전국명문고야구열전'서 서울고를 정상에 올려놓으며 '최동원 선수상'을 수상. 그런 강백호가 서울팀에 1차 지명을 받지 못한 이유는 중학교 때 전학을 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규약 109조 2항에는 "2013년 등록 이후 타 구단 배정학교로 전학한 선수는 1차 지명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돼 있다. 강백호는 원래 경기도 부천중 선수였으나 서울고 진학을 위해 이수중으로 전학했다.
올 고교 최고 좌완으로 손꼽히는 강릉고 김진욱(18)은 원래대로면 2021년 삼성의 1차 지명 대상이다. 강릉고가 삼성의 1차 지명 대상 고교이기 때문.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삼성은 김진욱을 1차 지명할 수 없다. 김진욱은 수원 북중을 다녔다. 강릉고에 진학하기 위해 춘천고로 전학을 했다. 강백호의 경우와 판박이다. 김진욱은 지난해 고교 무대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투수에게 주는 '제2회 최동원상'을 수상했다. 2학년이면서 소형준(유신고-kt), 이민호(휘문고-LG) 등 쟁쟁한 선배들을 누르고 최우수 투수로 뽑혔다.
비슷한 경우로 올해 2차 1순위로 NC에 입단한 정구범(덕수고 졸)이 있다. 정구범은 강백호, 김진욱과 달리 중학교 졸업 후 미국에서 고교를 다녔다. 정구범의 케이스는 처음이어서 혼선을 빚었으나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삼성은 김진욱 대신 그와 함께 올해 좌완 고교랭킹 1, 2위를 다투는 이승현(상원고)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이 2차 지명으로 옮겨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 셈. 삼성으로선 2014년 이수민(상원고-삼성)과 박세웅(경북고-kt-롯데), 2016년 최충연(경북고-삼성)과 박세진(경북고-kt)에 이어 또 한번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일 뻔했다.
김진욱은 183㎝, 93㎏의 탄탄한 체격조건을 갖추었다. 140㎞대 초반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가 주무기. 최재호 강릉고 감독은 김진욱을 보호하기 위해 투피치로 제한하고 있다. 12월 한 달간은 아예 공을 만지지 못하게 했다. 김진욱은 새해 들면서 막 30~40m 캐치볼을 시작했다. 다음달이 돼서야 본격적 피칭에 돌입할 예정이다. 최재호 감독은 "러닝과 체력 훈련으로 충분히 몸을 만들었다. 어깨의 피로를 말끔히 가시게 한 다음 피칭을 시킬 작정이다.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진욱은 지난해 91이닝을 던져 11승1패 평균자책점 1.58을 남겼다. 탈삼진 132개. 고교 2년생이면서 각종 대회를 휘젓고 다녔다. 청소년 대표로도 활약. 강릉고를 두 차례 전국대회 결승에 진출시켜 강원도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올 고교 투수 좌·우 최대어 김진욱과 장재영(18·덕수고)은 오는 3월 4일부터 8일까지 부산 기장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리는 '2020 전국명문고야구열전'에서 시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