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이어 개별관광까지… ‘의역’이 부른 오해
2020.01.17 18:01
수정 : 2020.01.17 18:01기사원문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결정을 당시에도 "미국이 이해했다"고 말했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Understand?(이해) Agree?(동의)
17일 전문가들은 정부 당국자의 '미국이 이해했다'는 발언은 '외교적 수사'일 뿐이라는 시각이다. 미국 측이 우리 입장에 대해 '알겠다'고 답변한 정도를 '이해했다'고 다소 적극적으로 의역했다는 얘기다. 이해했다는 표현이 우리에게는 '동의했다'라고도 해석될 수 있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지소미아 종료 선언 후 미국의 반응을 전했을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도 우리의 입장을 이해했다"고 말했고, 이는 국민들에게 미국 측이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선언을 동의 내지는 소극적이나마 수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미국은 즉각 "강한 우려와 실망을 했다" "이해했다는 말은 거짓"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 파상적인 지소미아 연장 압박이 쏟아졌다. 결국 청와대의 '미국도 이해했다'는 표현이 결코 '동의했다'는 아니었던 셈이다.
이번 북한에 대한 개별관광 추진 문제 역시 유사한 상황이다. 특히 개별관광은 유엔 제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측이 직접적으로 'No'라고 얘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미국 조야에선 개별관광객의 소지품 중에서 대북제재에 해당될 수 있는 물품이 있거나 비무장지대가 유엔사령부 관할인 만큼 유엔 제재 카테고리에서 완전하게 자유롭지 않다면서 계속 부정적인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미국 측이 내심 탐탁지 않지만 안된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슨 말인지 알겠다" 정도로 정리한 것이 "이해했다"로 과장된 의역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미국 측의 기본입장은 협력을 지지하지만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북한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의 반응도 부정적이지만 무엇보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발표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며 "어렵게 미국의 동의를 구해 개별관광을 추진하더라도 북측이 호응해 주지 않으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개별관광 의지 더 확고해져
정부가 대북 개별관광을 추진하려는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와 기자회견에서 개별관광을 유엔 제재와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거론했고, 정부·여당도 뒷심을 보태는 양상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의 북한방문이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서 남북한 간의 민간교류 기회가 확대돼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북한이 발행한 비자만 있으면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개별관광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산가족들이 제3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 현지 가족을 상봉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문 대통령의 '북한 개별관광' 추진 구상에 제동을 건 것을 두고 "내정간섭"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개별관광 허용 추진 구상에 대해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공개 거론한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대해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남북협력과 관련된 부분은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