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제성장률 간신히 2% 넘었지만...금융위기 이후 '최저'(종합)

      2020.01.22 10:42   수정 : 2020.01.22 11: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2% 턱걸이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이는 등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미·중 무역분쟁의 격화 등 대외 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출과 투자가 위축됐고 소비와 건설 등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민간의 전반적인 경제 활력이 위축된 결과다.

그나마 정부재정의 역할이 커진 점이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 역할로 2%의 성장률은 지켜냈지만 우리 잠재성장률이 하락 추세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대내외 위기가 발생할 경우 성장률은 1%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이끈 성장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9년 4·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2.0% 성장했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지난 2009년 0.8% 성장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한은의 전망치와 동일하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지난해 2.0%, 올해는 2.3%의 성장을 전망한 바 있다.

분기별로 전기대비 GDP 성장률을 보면 지난해 1·4분기 -0.4%의 역성장으로 시작해 2·4분기 1.0%로 반등했고 3·4분기 0.4%로 성장세를 유지했으며 4·4분기에 1.2%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성장기여도를 보면 지난해 4·4분기 민간 기여도가 전분기와 같은 0.2%로 유지되는 가운데 정부기여도가 1.0%까지 높아지면서 연간 기준 2% 성장을 달성했다"며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교역환경이 안 좋았고 반도체 회복도 지연되면서 수출이 부진했다. 건설과 설비 투자도 조정을 거치면서 민간 부문 성장 활력도 약화된 가운데 정부가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해 정부 기여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했다.

건설투자는 전년대비 -3.3%를 기록해 전년도 -4.3%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설비투자도 -8.1%로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지난 2009년 -8.1%와 같았다.

민간소비와 수출의 경우 플러스(-)를 보였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위축됐다.

민간소비는 지난 2018년 전체 경제성장률(2.7%) 보다 높은 2.8%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전체 성장률을 하회하는 1.9% 성장에 그쳤다. 수출도 같은 기간 3.5%에서 1.5%로 크게 위축됐다.

작년 민간이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가 성장을 이끌어가는 모습이었다. 정부소비를 보면 지난 2018년에도 5.6%로 컸지만 지난해에는 6.5%로 더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성장기여도를 보면 민간은 0.5%포인트에 그친 반면 정부는 1.5%포인트로 컸다.

아울러 지난해 실질 국민총소득(GDI)은 반도체 가격 하락과 유가 상승 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0.4%로 역성장을 보였다. 외환위기였던 지난 1998년 -7.0% 이후 가장 낮았다.

박 국장은 "GDI는 반도체값 하락 등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에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GDP 성장보다 부진했다"며 "실질 GDI 성장률 마이너스가 되면 이후에 사람들이 체감하는 소득 확대가 크지 않다보니 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잠재성장률↓, 구조적 문제
올해에는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된 만큼 설비투자와 수출이 개선되는 등 경기가 소폭 회복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은 1.2%로 전분기 0.4% 성장과 비교해 개선됐다. 특히 민간소비가 지난해 3·4분기 0.2%에서 4·4분기에는 0.7%로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부분이다. 대외 불확실성에도 지난해 성장률은 2%대를 유지해줬다. 그러나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고려하면 이후에 국내외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면 이제는 2%대 성장을 지키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잠재성장률은 2.5~2.6%(2019~2020년 기준)으로 떨어져 있으며 추세적으로 하락 중이다.

박 국장은 "경기 순환적인 측면에서 민간부문의 모멘텀이 약화될 때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구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때에는 성장잠재력을 강화하고 이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조화롭게 가져가야하는 것이 이슈이다.
우리 모두가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