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불륜 뒤 피해자 징계요구한 여성..法 "해고정당"
2020.01.27 11:00
수정 : 2020.01.28 14:5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사내 불륜 사건으로 직장에서 해고된 여성이 “사생활의 영역”이라며 해고무효 소송을 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여성은 같은 그룹 내 계열사에 근무하는 불륜 피해여성을 징계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5부(이동근 부장판사)는 A씨가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룹 내 불륜행각..당사자 해고 처분
A씨는 2016년 4월부터 초등학교 동창이자 다른 계열사 직원인 B씨와 불륜 관계를 맺었다. 이들은 수시로 편지와 선물을 주고받고, 여행을 다녀오는 등 1년 넘게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나갔다.
이들의 행각은 같은 그룹 직원인 B씨의 아내 C씨에 의해 들통이 났다. C씨는 2017년 7월 A씨를 상대로 혼인관계 파탄에 따른 위자료 청구 소송을 내 이듬해 5월 “2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됐다. B씨는 아내에게 외도를 들키자 회사를 떠난 뒤 협의이혼했다.
이후 2018년 8월 A씨와 B씨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사내 익명게시판 등을 통해 떠돌았다. 여기에 C씨가 사내 감사실에 A씨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자 보다 못한 회사 측은 한 달 뒤 ‘성적 비위행위 및 회사 명예실추’를 이유로 A씨를 해고했다.
그러나 A씨는 “사생활의 영역에서 발생한 일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며 “다른 계열사 소속인 B씨는 직장 동료가 아니므로 ‘사내 불륜’에 해당하지 않는다. C씨의 행동으로 충분히 고통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해고무효와 임금 3800여만원, 복직 시까지 월 612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측은 “불륜사실이 내·외부로 전파돼 회사의 건전한 사회적 이미지와 명예까지 손상됐다”며 “A씨는 오히려 피해자인 C씨를 탓하며 징계를 계속 요청하고 있고, 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해고는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본인 피해만 강조..해고 적법"
법원은 A씨에 대한 해고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A씨와 B씨가 서로 다른 계열사에서 일했더라도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고, 그룹 내 소속변경도 자유롭게 이뤄지는 점 등을 들어 ‘사내불륜이 아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내 불륜은 조직 내 건전한 근로질서와 업무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며 “특히, A씨는 불륜의 상대방 배우자인 C씨와 같은 소속으로 근무한 적도 있어서 분위기의 교란 정도가 더 중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는 소속직원들에게 성윤리 의식을 특히 강조해왔다”며 “피고로서는 건전한 직장문화와 기강 확립을 위해 사내 성관련 부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A씨는 불륜사실이 발각된 후 현재까지 C씨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거나 용서를 구한 적도 없고, 본인이 자초한 피해만을 강조하면서 C씨의 처벌을 요구했다”면서 해고처분은 정당하다고 봤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으나 A씨는 하급심 판단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