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거부했는데…임종석의 '포토라인 전략'
2020.01.30 12:21
수정 : 2020.01.30 15:24기사원문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함에 따라 그동안 주요 피의자들의 '깜깜이 출석'이 이어져 왔으나 임 전 실장은 전날 출석 일자를 전격 공개하며 이례적으로 공개 출석을 한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들의 '검찰 소환 불응 보도'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면서 '임종석은 무죄'라는 주장을 적극 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 따른 공개소환 전면폐지 첫 수혜자는 이 규정을 신설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였다. 전면폐지 시행 전 검찰이 정 교수를 청사 1층이 아닌 별도 통로를 통해 비공개 출석하도록 하면서 현직 법무부 장관 부인을 '황제소환'했다는 비판이 빗발쳤으나 이후에도 비공개 소환은 이어졌다.
조 전 장관 본인 소환조사 역시 사전에 일정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시 윤 총장의 공개소환 폐지 결정은 검찰이 청와대의 검찰개혁 압박을 수용한 것이란 분석과 아울러 선제적으로 자체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개혁 수위를 조절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셀프개혁을 앞세워 수사와 개혁을 분리, '조국 수사'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의 선택지는 달랐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30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비공개로 다녀오라는 만류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 모든 과정을 공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공개 출석 의사를 밝히며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이날 오전 10시4분께 검은 정장에 노타이 차림, 왼손에 입장문 한 장을 손에 쥔 채로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명의 취재진에 둘러싸여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임종석은 피의자'라는 인식을 각인시킬 수 있음에도 공개 출석을 선택한 것이다.
임 전 실장 공개 출석으로 그는 '검찰 소환 불응' 프레임을 벗는 동시에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여론을 환기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기획 수사'로 규정하며 "아무리 그 기획이 그럴듯해도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바꾸진 못할 거다"고 본인의 '혐의없음'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검찰이 좀 더 반듯하고 단정했으면 좋겠다"며 "'내가 제일 세다, 최고다, 누구든 영장 치고 기소할 수 있다' 제발 그러지들 마시고 오늘날 왜 손에서 물 빠져나가듯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사라지고 있는지 아프게 돌아봤으면 한다"며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날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역시 검찰에 출석하며 소환 불응 보도를 부인, "1월13자와 1월17일자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등기우편을 발송했다. 등기우편을 통해 검찰의 출석요청에 대한 저의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바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여권 차원의 조치란 해석도 나온다.
전날 오전 대검찰청 청사에서 진행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고발 사건' 처리 회의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제외한 참석자 대부분은 "증거나 법리상 기소가 타당하고 총선을 앞두고 신속한 기소가 필요하다"며 기소 의견을 냈다. 이날 회의 직후 검찰은 청와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민정수석,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총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