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사무소 이어 금강산까지…'신종 코로나'에 막힌 남북대화
2020.02.01 09:01
수정 : 2020.02.01 09:01기사원문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에 따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잠정 중단, 금강산 시설 철거 연기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남북 대화의 문이 닫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정부가 올해 초부터 남북 협력 사업으로 드라이브를 걸어 온 개별관광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지 관심이 모아진다.
1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지난달 30일 연락대표 협의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이 완전 해소될 때까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공동연락사무소 운영을 중단한 날인 30일 밤 10시30분쯤 남북은 이를 대체해 '서울-평양 간 직통전화'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 전화를 개통한 약 30분 후인 밤 11시쯤 북한은 팩스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전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금강산 시설 철거'를 당분간 연기하겠다고 남측에 통보했다. 30일 단 하루만에 남북대화를 막는 조치가 두 건이나 실행된 셈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2일부터 중국 여행객 입국을 막았으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를 경유해 북한으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들을 한 달간 격리하고 있다. 31일부터는 북한과 중국을 잇는 모든 항공과 열차 노선의 운행을 중단했다.
국경 폐쇄까지 감행하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은 남북간 대화의 창구도 함께 닫고 있는 모양새다. 사실상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닫은데 이어 금강산 철거를 위한 대화 마저 중단을 통보한 것은 사실상 북한이 남북대화나 협력에 신경 쓸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31일 향후 금강산 시설 철거와 관련한 협의에 대해 "추후에도 금강산 문제에 대한 협의를 계속해서 북측과 해 나갈 것"이라면서 "앞으로 생길 상황에 대해선 미리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지만 남북간 어떠한 형태로든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국경폐쇄 탓에 우리나라 정부가 올초 강력하게 시행하고자 했던 남북협력 개별관광 사업들도 동력을 잃게 될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국제 제재와 별개로 추진 가능한 남북 협력 사업으로 Δ이산가족 등의 개성 금강산 방문 Δ중국 여행사를 통한 북한 관광 프로그램 참여 Δ외국인의 남북 연계 관광 등 3가지 유형의 북한 관광안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진정되는데 적어도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 기간동안 남북 개별관광을 포함한 남북 대화에도 진전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계기로 남북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5년 6월 메르스 발병시에 북한은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검역장비와 마스크 지원을 요청했고 2014년 11월에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때에는 우리나라가 검역을 위한 장비를 지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광주 서구 을)은 지난달 31일 논평을 통해 "남북은 9.19평양선언에서 남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협력을 합의한 바 있다"면서 "지금은 대화의 형식, 절차, 창구 등을 따질 때가 아니라 그야말로 실질적이고 긴급한 남북간 방역 및 보건의료 협력이 요청되는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