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일 뿐" 팔순에 대학입학한 만학도 CEO

      2020.02.02 11:55   수정 : 2020.02.04 10:17기사원문
80대 중반의 나이에 조선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한 동광건설 황금추 회장.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비록 나이는 많지만 공부하고 싶은 의지는 젊은이들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죠."

80대 중반에 대학 학사과정에 입학한 중견업체 CEO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동광건설㈜ 황금추 회장.

황 회장은 80세의 나이에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올해 만 86세의 나이로 조선대 법사회대학 법학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할 예정이다.

'20학번' 신입생 가운데 단연 최고령이지만 학구열 만큼은 손자·손녀뻘되는 동기들에게 뒤쳐지지 않는다.

그는 "나이는 숫자일 뿐 중요한 건 공부하려는 의지와 자세 아니겠느냐"며 "주어진 교육과정을 성실히 마쳐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싶다"고 밝혔다.


목표 성적은 80점 이상. 전 과목 B학점 이상을 따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목표가 다소 높은 순 있지만, 패배의식이나 주눅들기 보다 목표를 높게 잡는 것이 공부하는데는 더 도움이 될 거 같아 그렇게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좋아하는 사자성어도 이같은 향학열과 맞닿아 있다. '절차탁마(切磋琢磨)'. 옥돌을 자르고 썰고 쪼고 갈듯 학문과 덕행을 갈고 닦는다는 뜻으로, 그의 만학 의지를 대변하고 있다.

지난 2005년, 20억원을 들여 건립한 뒤 대학 측에 무상기증한 '황금추관' 앞 비석에도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절차탁마의 정신으로 학문에 정진해 뜻하는 바를 이뤘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이젠 제가 그런 정신으로 배움에 임할 때"라며 웃음지었다.

전공으로 법학은 택한 것도 '그 만의 이유'가 있다. 그는 "영리적인 목적으로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게 아니다"며 "법이 세상의 이치이니, 법을 공부하며 인과응보랄까. 인간사의 법칙 같은 것을 더욱 깊이 이해해 사회적 약자, 이웃들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이 되는 게 여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80대 중반의 나이에 조선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한 동광건설 황금추 회장. 황 회장은 4일 "공부하고 싶은 의지는 젊은이들 못지 않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진=동광건설 제공) 2020.02.04 photo@newsis.com
"토목이나 경영 등은 회사를 운영하며 많이 경험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도덕과 법리, 상식과 지식에 대한 배고픔이 강해져 다시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책을 펴고 펜을 들게 됐다"고 설명했다.새내기 신입생으로서의 자기단련과 함께 기업인으로서 사회환원을 통한 인재양성에 대한 의욕도 강하게 내비쳤다.

사회환원 가운데서도 유독 장학금에 공을 들여온 그는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외세 침략을 끊임없이 받아왔는데, 사업을 하면서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이 바로 인재양성이었다"며 "장학금 기부는 앞으로도 기회 닿는 대로 쉼없이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베트남 간 경제,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5년 전 베트남 정부로부터 평화우호 훈장을 받은 그는 "베트남을 비롯한 해외 교육교류사업도 지속적으로 펴 나갈 예정"이라고 "특히 문화교류에 있어 교육 분야 교류는 빼놓을 수 없는 만큼 학문과 교육 분야 교류를 다각적으로 기획·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남 고흥의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81년부터 이사로 재직하다 1987년 7월에 대표이사에 취임해 회장으로 지금까지 경영현장을 누비고 있다.

1958년 자본금 500만원으로 창립된 회사는 연매출액 2000억원을 돌파한 호남권 중견 건설회사로 성장했고, 한동안 전국 건설 시공능력평가 100위안에 들기도 했다.
동광건설은 ㈜디케이, ㈜용곡, ㈜덕흥, 덕흥산업㈜, 동광레저㈜, 인트러스투자운용㈜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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