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 사태'에도 버틴 '무사증 18년'…신종 코로나에 '무릎'
2020.02.02 16:47
수정 : 2020.02.02 17:12기사원문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국제관광도시에 제주에 없어서는 안 된다" vs "외국인 범죄예방과 도민안전을 위해 폐지해야한다"
지난 2002년 도입 이후 계속되는 찬반 논란 속에서도 꿋꿋이 버텼던 '제주 무사증'(무비자) 제도가 도입 18년만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정부가 2일 제주 무사증 제도 일시중단을 선언하면서다.
무사증 입국 제도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2002년부터 관광객 유치를 위해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국적의 외국인에 한해 한 달간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무사증이 제주관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정도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했다. 이 제도를 통해 지난해 제주에 입국한 중국인은 약 79만7300명으로 전체의 약 99%에 이른다.
중국인 관광객은 2012년 100만명 돌파 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 2016년 300만명을 넘었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주춤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다시 100만명을 돌파했다.
◇"제주성당살인사건·예멘 난민 사태에도 버텼는데…"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 무사증을 악용한 불법체류자가 급증했다. 현재 제주에 있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1만명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제주에 오는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관련 범죄도 덩달아 늘었다. 최근 5년간 검거된 외국인 피의자는 2014년 333명, 2015년 393명, 2016년 649명, 2017년 644명, 2018년 631명 등 2배 가까이 늘었다.
무사증 제주도는 특정 외국인을 향한 비난과 공포로 이어졌다.
무사증 폐지에 불을 붙인 건 2016년에 발생한 이른바 제주 성당 살인사건이다.
중국인 관광객 첸궈레이(50)가 제주에 한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을 아무런 동기도 없이 흉기로 찔러 살해해 도민사회에 충격을 준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범죄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올라 제주지방경찰청에 외사과가 신설됐고 무사증 폐지론이 공론화됐다.
2018년에는 예멘 난민 사태로 다시 한번 무사증 제도 개선이 부각됐다.
약 500명의 예멘인들이 자국 내전을 피해 무사증으로 제주에 와 무더기 난민 신청을 한 것이다.
이처럼 많은 예멘인들이 난민 신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화두가 됐고 자연스럽게 다시 무사증 폐지론이 불거졌다.
제주도는 이때만해도 무사증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실제 예멘인들이 범죄 등 제주에 큰 피해를 주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관광산업이 주가 되는 지역경제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같은해 국회에서 발의된 무사증 폐지 법안에도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무사증 제도는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개방화, 자유화를 지향하는 국제자유도시 추진의 근간이 되는 제도란 이유다.
그러나 국내는 물론 전세계를 들썩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제주도는 결국 무사증 일시 중단을 선택해야 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제주 여행을 한 후 중국으로 돌아가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게 결정타였다. 잠복기여서 전파 가능성은 낮지만 한해 수십만명의 중국인이 찾는 제주사회에 불안감을 안겨줬다.
2일 오전 원희룡 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차단을 위해 무비자 제도를 일시 중지할 것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정부 역시 이날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가 제주 무사증 입국 일시 중단과 중국 위험지역 방문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를 직접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