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입만 바라보는 '종로'…"뭐든 결정을 해줘야" 불만
2020.02.03 06:01
수정 : 2020.02.03 09:26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자유한국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3일 한국당에 따르면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는 5일까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정치 1번지' 종로에 어울리는 중량급 인사는 신청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 일찌감치 유력한 후보로 언급돼 온 황교안 대표는 아직까지 종로 출마 여부를 결론내지 않고 있다.
황 대표는 전날(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총선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어디에 나갈 것인가, 어떤 형태로 나갈 것인가 등도 같은 차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의 이런 입장은 종로에 출마할 경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총리와의 '대선 전초전' 성격이 부각돼 '정권 심판' 구도가 희석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런 관측이 맞다면 황 대표의 종로 출마 가능성은 낮아진다.
하지만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문재인 정부의 2인자였던 이 전 총리를 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정권 심판의 상징성을 가질 수 있는 만큼, 황 대표의 이런 입장이 꼭 종로 출마를 꺼리는 것으로 해석될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황 대표의 모호한 태도가 길어지면서 다른 지도자급 인사들의 출마까지 연쇄적으로 가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공관위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황 대표가 종로 출마 여부 결정을 해야 주요 인사 컷오프든 차출이든 결정을 할 수 있다"며 "황 대표가 결정을 못하고 있으니 아무것도 안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만 황 대표 측은 종로 출마는 어디까지 황 대표의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공관위는 공천 심사를 할 뿐 황 대표의 출마 결정에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황 대표가 끝내 종로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타천' 후보군인 홍준표 전 대표는 고향인 경남 밀양(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 의사를,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고향인 거창(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황 대표와 만나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를 받은 후 대구 수성갑 출마 의사를 접은 뒤, 본인이 20년 가까이 살았던 종로 출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은 자신보다는 "현직 당 대표의 출마가 바람직하다"며 황 대표에게 공을 넘기고 있다.
어찌됐든 황 대표가 먼저 결정을 해줘야 종로 출마를 검토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출마하는 등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게 김 전 위원장측의 고민이다.
김 전 위원장측은 언제든 종로 선거전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