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한중 관계에도 불똥 튀나…中과 소통 '부심'

[인천공항=뉴시스]최진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중국 후베이성 체류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금지한 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광판에 중국으로 출발하는 여객기의 편명이 보이고 있다. [e-mail]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훈풍을 타던 한·중 관계에도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정부는 우한 전세기 투입을 비롯해 중국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 중국 여행 경보 상향 등을 놓고 중국과 소통을 이어가며 외교적 관계는 물론 국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연기론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한 협의를 이어나가며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오는 4일 0시를 기해 중국 후베이성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해 감염증 유입 위험도가 낮아질 때까지 입국을 금지키로 했다.

또 제주특별자치도와 협의해 관광을 목적으로 제주를 찾는 외국인은 비자 없이 입국해 30일간 체류할 수 있는 '무사증' 입국제도 역시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주말 사이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고, 중국을 다녀오지 않았지만 감연된 2차, 3차 환자가 속출하며 특단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3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국내에서는 15명이 확진을 받았다. 중국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일 자정까지 전국 31개 성에서 사망자수는 361명, 감염자는 1만7205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와 확진자가 사스 당시 중국 본토 확진자 수치를 넘어서며 세계 각국이 잇따라 중국인 입국을 막고 있다. 미국과 호주 등 62개국은 중국인 방문자 입국 금지와 중국행 노선 중단 등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중국 체류·방문 외국인 전체에 대한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악화된 한중 관계가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우한 폐렴에 대해 비상 사태를 선포하면서 '여행과 교역 제한은 반대하다'고 밝힌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싱하이밍(邢海明) 신임 주한중국대사가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1.30. [e-mail]

이에 대해 중국은 "우한 폐렴과 전투에서 이길 충분한 자신감과 능력이 있다"며 자국민 입국 제한 조치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달 30일 부임한 싱하이밍(邢海明) 신임 주한중국대사는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예방과 통제가 모두 가능하다"며 '중국인 입국 금지'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으로부터의 이동과 교역을 제한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고, 심지어 반대한다'고 강조했는데 미국은 오히려 정반대의 방향으로 지나친 행동을 취했다. 다른 의도가 있지 않나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며 "중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고, 반대한다. 관련 국가들이 WHO의 건의에 부합하는 과학적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정부는 중국인 입국 제한 결정을 앞두고 중국 당국과 적극 협의하면서 한국 상황을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이 사태에 대응하면서 양국 정부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오늘도 북경에서, 서울에서 소통을 계속하며 검토하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지난번 우한 교민들 귀국 조치를 포함해 중국과 굉장히 소통이 잘 되고 있고, 외교 마찰이 있다는 것은 어폐가 있는 것 같다"며 "중국도 긴급 상황에서 대응하고 우리도 국내적으로 대응하면서 서로 상당히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이런 조치에 대해서는 수시로 설명하고 통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한 전세기 투입이 늦어진 데다 중국에 대한 여행경보 상향과 관련해 정부가 입장을 번복하며 중국과 협의가 원활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초 정부는 지난 달 30일, 31일 전세기 4대를 투입해 우한 지역에 있는 교민을 한국으로 데려올 계획이었지만 중국과 협의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당초 계획과 달리 2차례에 걸쳐 전세기를 운항했다.

여행 경보 조정 발표도 도마에 올랐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전국 전역의 여행경보를 현재 여행자제 단계에서 철수권고로 상향 발령하며,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은 금지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시간 후 '관광 목적의 단기비자는 발급을 중단하는 방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바꿨다.

이어 2시간 후에는 '중국의 여행 경보를 지역에 따라 현재 여행자제에서 철수권고로 조정하는 방안과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도 금지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변경했다. 정부는 우한 폐렴의 확산 추이를 살피며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사실상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중앙사고수습본부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관련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를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2.02. [e-mail]

특히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며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방한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4월로 예정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본 국빈 방문 등 중국의 중요한 외교 일정과 정치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보도했다. 공산당 소식통은 확산 상황에 따라 "(시 주석의) 방일이 수개월 지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불거진 후에도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 장관은 "양국 간 외교 일정에 있어서는 기 계획된 외교 일정은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합의가 있고, 또 앞으로 만들어나갈 중요한 외교 일정에 있어서도 양국 간 있는 협의 채널을 통해서 계속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과 함께 위기에 대처해 가면서 양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중국에 500만 달러 상당의 지원을 긴급 제공하는 등 인도적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민관과 협력해 마스크 200만장, 의료용 마스크 100만장, 방호복·보호경 각 10만개 등 의료 물품을 지원했으며, 우한에 인접한 충칭시 등에도 30만불 상당의 정부 지원품을 지원키로 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과 무역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강대국이 취하는 조치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안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우한 폐렴은 중국 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세계의 문제로 방역과 관리, 역학조사 등 다양한 노력을 함께 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한 폐렴 때문에 한중 관계에 특별한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함께 노력했을 때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상태로 확산되면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는 게 국내적으로 부담이 되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개연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을 한중 관계 악화로 연결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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