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60% 여전히 ‘호봉제’… "노동시장 유연성 떨어뜨린다"

      2020.02.03 17:41   수정 : 2020.02.03 17:41기사원문
우리나라 대기업의 60%가 채택 중인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떠올랐다. 노조가 강한 대기업일수록 호봉이나 연령에 따른 임금의 자연 증가와 해고 보호가 강해 노동시장을 경직시킨다는 것이다.

3일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산업기술대 이상희 교수에게 의뢰한 '주요국의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유노조 부문과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 부문으로 양분돼 고용과 임금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고 보호가 잘 되는 대기업·유노조·정규직의 근속연수는 13.7년으로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의 2.3년에 비해 약 6배가 긴 것으로 파악됐다. 또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유노조·정규직이 424만원으로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152만원)보다 2.8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국내 노동 환경을 고려하면 대기업·정규직·유노조 부문은 유연화가 필요하고,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 부문은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국내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제고는 바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교수는 국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직무급으로 개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유럽연합(EU)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임금연공성이 가장 높은 수준이며, 대기업일수록 연공성이 가중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대비 근속 1~5년 근로자의 임금은 한국이 1.59배, 덴마크가 1.18배로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반면, 근속 1년 미만과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한국이 4.39배, 덴마크가 1.44배로 크게 벌어졌다.


또한 보고서는 우리나라 호봉제 운영 비중이 100인 미만 기업은 15.8%에 불과하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은 60.9%에 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결국 호봉제 같은 연공서열형 임금 관행이 임금의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핵심인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는 게 이 교수의 결론이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는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해고 완화와 같은 노동법 개정에 집중해 왔지만, 사실상 우리나라 노동환경과 노사관계 속에서는 거의 불가능해 유연안정성 정책의 적절한 수단으로 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