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관념 깨니 스펙트럼이 이렇게 다양할수가.. 내추럴 와인의 매력에 '깜짝'

      2020.02.03 23:32   수정 : 2020.02.03 23: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형화 된 관념의 틀을 벗어나니,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이 나올수가…."
얼마전 국내에 수입되는 내추럴 와인을 한자리에서 비교 시음하는 행사에 참석해 적잖이 놀랐다.

내추럴 와인은 살충제나 화학비료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모든 포도를 사람이 직접 손으로 따서 수확하고 병입과정에서 이산화황 등 첨가제를 넣지 않거나 최소화 한 와인을 말한다. 발효도 포도에 붙어있는 자연효모를 사용하고 인공배양한 효모를 넣지 않고 만든다.

심지어는 지구와 행성의 에너지를 연구해 포도재배에 적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시중에서 많이 접하는 와인(컨벤셔널 와인)이 현대 과학기술이 총동원된 와인이라면 내추럴 와인은 아주 오래전 과거로 돌아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와인으로 구별된다.


와인전문 매체 와인리뷰가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의 한 음식점에서 개최한 내추럴 와인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스파클링 와인 5종과 화이트와인 8종, 레드와인 7종 등 총 20종의 와인이 시음 테이블에 올랐다. 그동안 내추럴 와인은 개인적으로 몇 차례 경험을 해보긴 했지만 한자리에서 이렇게 많은 종류를 꼼꼼이 비교하며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스파클링 와인 중에는 바인굿 스트로마이어의 '쉘허 프리즈란테'가 독특한 개성으로 강하게 어필했으며 , 화이트 와인 중에는 장 피에르 호비노의 '비스트롤로지 2017'가 특히 좋았다. 자극적인 향과 맛, 독특한 질감까지 주는 좋은 와인이었다. 또 도멘 비레 '도리아 앙브레 2016'도 기존 품종의 상식을 깨는 개성강한 와인이다. 레드 와인 중에는 카제 코리니의 '센틴 2015'가 기억에 남을 모습을 보였다.

아래는 이날 시음한 20종의 와인에 대한 느낌이다.



1. 뺑상 꾸슈 '엘레강스 브뤼 NV'
연한 황금빛 스파클링 와인으로 피노 누아 80%와 샤르도네 20%를 블렌딩한 샴페인이다. 전형적인 샴페인 맛과 향을 보여주지만 내추럴 와인답게 마지막에 살짝 옷깃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내추럴 와인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는 일반(컨벤셔널) 와인을 닮아있어 누구나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샤프트레이딩 수입 판매.

2. 샴페인 스트로벨 '트립티크 프리미에 크뤼 브륏 나튀흐 NV'
오스트리아 와이너리가 프랑스 상파뉴에서 만드는 와인으로 푸르스름한 빛깔을 띤다. 피노 뮈니에 특유의 향에 강력한 신맛이 도드라지는 와인이다. 웬만한 음식과 매칭하기 쉬울 듯 하다. 유진재인 셀렉션 수입 판매.

3. 메디치 에르메테 페르멘토 '메디치 에르메테 페르멘토 2018'
이탈리아 람부르스코 디 소르바라 품종으로 만든 로제와인이다. 효모를 제거하지 않아 색깔부터 탁한 빛깔을 띠는 독특한 느낌을 준다. 첫 향은 체리향과 딸기향이 아주 강하다. 달치근한 향도 살짝 올라온다. 그러나 입에 넣어보면 단맛은 전혀없다. 복숭아나 살구를 닮은 불투명한 빛깔에 숨겨진 신맛도 훌륭하다. 눈으로 입으로도 여성들이 아주 좋아할 와인이다. 하이트진로 수입 판매.

4. 도멘 밀랑 '밀랑 빠피용 로즈 네이처'
독특한 한약향이 특징인 로제 와인. 우리나라 약초를 담가 만든 전통주 맛도 난다. 호불호가 갈릴듯한 맛과 향이다. 다경와인 수입 판매.

5. 바인굿 스트로마이어 '쉘허 프리즈란테'
발효취가 강한 로제 와인으로 신맛이 아주 인상적이다. 쉘허 특유의 찌릿한 맛을 보이는 개성이 강한 와인이다. 뱅브로 수입 판매.

6. 장 피에르 호비노 '비스트롤로지 2017'
잔에 코를 가져가기가 무섭게 올라오는 지린내를 쏙 빼닮은 향에 뿌옇고 탁한 색깔까지.. 정말 오해하기 쉽게 만들었지만 맛은 기가 막히게 좋다. 프랑스 내추럴 와인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장 피에르 호비노가 만든 화이트 와인으로 여지껏 먹어본 내추럴 와인 중 가장 인상적이다. 실키한 질감에 혀를 잡아 흔드는 산도가 특히 압권이다. 탄산이 없는 화이트 와인이지만 기포가 부딪히는 느낌까지 준다. 슈냉블랑으로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니.. 많이 놀랐다. 뱅베 수입 판매.

7. 굿 오가우 '테오도라 2017'
그뤼너 펠트리너와 웰시리슬링을 섞어 만든 화이트 와인으로 역시 탁한 색깔을 띤다. 두엄향을 내는 독특한 와인으로 색깔이나 발효취 모두 "나 내추럴 와인이야"라고 대놓고 어필하는 개성 강한 와인이다. 맛도 아주 좋다. 뱅베 수입 판매.

8. 제라르 베르트랑 '네이처 샤도네이'
맑은 금빛의 색깔이 이쁜 화이트 와인이다. 프랑스 남부에서 샤르도네로 만든 와인으로 첫 향은 벌꿀향이 느껴지는데 단맛도 없고 유질감도 적다. 단정한 와인지만 아로마가 약한 느낌을 주는게 다소 아쉽다. 하이트진로 수입 판매.

9. 도멘 끌로 데 그리용 '르 릭 그리'
옅은 금빛을 띠는 화이트 와인으로 픽뿔과 그르나슈를 똑같이 섞은 와인이다. 산도와 향이 너무 적다. 힘을 너무 많이 뺐다. 뱅브로 수입 판매.

10. 도멘 리가 '람다 바리크 2017'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고향인 그리스 펠라에서 만드는 화이트 와인으로 아씨르티코 100% 품종으로 만들었다. 호박빛이 살짝 섞인 금빛 와인은 부드러운 신맛을 보인다. 미네랄 느낌의 짠맛도 돌지만 다소 얌전한 모습을 보인다. 나루글로벌 수입 판매.

11. 도멘 비레 '도리아 앙브레 2016'
맑은 사과주스를 닮은 빛깔을 띠는 화이트 와인으로 잔을 코에 갖다대면 휘발유 향이 비강을 확 찌른다. "어, 이거 리슬링인가?" 하는 순간 리슬링의 맛과 다르게 오렌지 껍질 등 복잡한 향이 들어온다. 바스락거리는 질감도 아주 좋으며 타닌까지 있다. 정말 독특한 와인이다. 비오니에와 루산, 베르멘티노, 무스캇 등 여러 품종을 섞어 9개월동안 암포라에서 숙성시킨 후 옮겨담아 출시하는 와인이다. 품종을 알아맞출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맛있는 와인이다. 더뱅셀렉션 수입 판매.

12. 도멘 쿰프 에 메이어 '무스캇 아나키스테 2018'
프랑스 알자스의 뮈스카로 만든 화이트 와인으로 맑은 빛깔을 띤다. 타닌도 좋고 아로마도 여러 가지로 구분돼 들어온다. 약간의 산도까지 갖춘 좋은 와인이다. 그러나 산도가 강하지 않다. 와인의 신맛이 부담스럽다면 선택할 만 하다. 뱅브로 수입 판매.

13. 바인굿 크리스티안 차이다 '히멀 아우프 에르덴2 마이쉬베르고렌 2018'
오스트리아 고유 품종인 쇼이레베와 무스카 오또넬을 섞은 화이트 와인이다. 탁한 빛깔을 띠며 강력한 신맛이 인상적이다. 다만 두루뭉술한 누룽지 향의 발효취는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아로마가 살짝 흔들린 느낌도 있다. 뱅브로 수입 판매.

14. 아르테사노 빈트너스 '파타티나 파워 2018'
살구 빛 또는 복숭아 빛을 띠는 로제 와인으로 싸렐로와 가르나차를 블렌딩했다. 효모를 제거하지 않아 불투명한 빛깔이 매력적이다. 복숭아와 자몽향이 잔에서 코를 떼지 못하게 만든다. 입에 넣어보면 혀에 닿는 부드러운 질감과 달리 신맛이 아주 강하다. 매력적이지만 끝맛에 누룽지 향을 닮은 이스트 맛이 스쳐가는 것은 이미지와 달리 좀 부담스럽다. 부끄럼 잘 타는 예쁘장한 소녀가 생각나는 와인이다. 나루글로벌 수입 판매.

15. 도멘 비레 '르네상스 2015'
전형적인 젊은 레드 와인의 색깔을 띤다. 프랑스 론 지방의 시라,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까리냥을 블렌딩했는데 비율은 밝히지 않고 있다. 잔에 코를 가져가면 내추럴 와인 특유의 발효취가 난다. 인분 냄새를 닮은 두엄향이 특징이다. 중간중간 고급 와인에서 나는 카시스 향도 배어 있지만 강하지 않다. 입에 넣어보면 혀의 중간에 두껍게 퍼지며 뒤 이어 잇몸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타닌이 일품이다. 5년째 접어드는 와인이지만 숙성잠재력도 꽤 좋을 듯 하다. 내추럴 와인이지만 대놓고 덤벼들지 않는 모습에서 내추럴 와인을 접하지 않은 소비자도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을 듯 하다. 접근성도 맛도 좋은 와인이다. 더뱅셀렉션 수입 판매.

16. 올리비에 꾸장 '퓌흐 브르통 2016'
까베르네 프랑의 전형적인 색깔을 띠는 레드 와인이다. 갓 수확해 담근 까르미네르 와인을 잔에 따라놓으면 림 주변에서 보는 그런 보랏빛을 띤다. 까베르네 프랑만으로 만든 와인인데도 그 품종에서 많이 나는 피망 냄새가 의외로 없다. 내추럴 와인의 발효취를 가지고 있으며 신맛과 타닌도 훌륭하다. 벵베 수입 판매.

17. 카제 코리니 '센틴 2015'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네비올로로 만든 레드 와인이다. 통상적으로 네비올로 와인은 색깔이 진하지도 반짝이지도 않지만 투명하고 진한 루비빛이 반짝반짝 빛나는게 특이하다. 잔에 코를 대보면 발효취가 아주 독특하다. 강한 암모니아가 섞인 두엄향이랄까. 그러면서도 포도 특유의 아로마가 제대로 살아있다. 입에 넣어보면 둥글게 잘 다스려진 타닌도 좋다. 포도 일부를 수확해 일주일간 발효시킨 후 막 수확한 포도에 섞어 만드는 와인이다. 먼저 수확한 포도가 발효과정에서 스타터 역할을 한다. 특유의 발효취에 아로마와 타닌이 균형을 이룬 아주 좋은 와인이다. 유진재인 셀렉션 수입 판매.

18. 필립 장봉 '오 자미 뒨느 트랑쉬 2016'
프랑스의 부르고뉴 지방의 가메 품종으로 만든 와인답게 보졸레 지방의 와인 색깔을 띤다. 향취도 피망 향이 묻어 있다. 아로마도 발효취도 전혀 도드라지지 않는데 신맛은 상당히 강하다. 일부에서는 더운 여름날 레드 와인이 제대로 된 온도에서 서빙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맛도 난다고 혹평할수도 있겠다. 그만큼 와인의 빛깔도 약간 뿌옇고 신맛도 날카롭기보다는 쿰쿰한 느낌이 더 강하다. 타닌도 절제돼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와인이다. 다경와인 수입 판매.

19. 레 떼레 프라미스 '랑띠도뜨 2017'
프랑스 생뜨 봄므의 시라와 그르나슈를 섞어 만든 와인이다. 두 품종 모두 진한 빛깔과 독특하고 강한 맛을 내는 품종답게 와인의 빛깔이 아주 진하다. 잔에 코를 가져가면 발효취는 상당히 절제돼 있는 반면 단맛의 향이 확 올라온다. 그러나 와인을 입에 넣는 순간 반전이 일어난다. 타닌이 순식간에 들어와 자리를 잡으며 아로마 키트를 확 열어젖힌다. 컨벤셔널 와인을 닮아있는 와인으로 내추럴 와인이라고 하지 않으면 일반 와인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주 잘 만든 와인이다. 다경와인 수입 판매.

20. 도멘 비네흐 '피노누아 2018'
프랑스 동쪽 알자스에서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이다.
그러나 피노누아처럼 다소 옅은 빛깔이지만 효모 제거를 하지 않아 약간 탁한 모습이다. 첫 향은 피노누아보다 효모향이 먼저 들어오며 곧이어 피어오르는 향수같은 향기는 역시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이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좋은 와인이다. 다경와인 수입 판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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