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입학 반발 기미에 숙대 동문 "가짜여성, 진짜여성 가르지 말라"

      2020.02.04 09:18   수정 : 2020.02.04 09:59기사원문
서울 숙명여자대학교 캠퍼스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숙명여자대학교에 입학한 트랜스젠더(성전환자) 학생을 향해 차별적 시선이 쏟아지자 재학생과 동문들이 나서 지지와 환영을 보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4일 숙명여대 동문들이 '성전환자로 숙명여대 최종 합격한 학생을 동문의 이름으로 환대한다'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에 게재한 연서명에 동참한 동문이 390명을 넘어섰다.

이 연서명에서 동문들은 "숙명 동문은 성전환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했던 여성의 2020년 숙명여대 최종 합격을 환영합니다"라며 "그녀는 본교의 입학에 필요한 점수와 절차적 조건들을 갖추었고 당당히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이 기쁜 소식을 두고 교내외 일부에서 혐오와 차별의 말이 쏟아지고 있다"라며 "본교의 비전과 미션, 가치에 부합되지 않는 혐오와 배제, 그리고 분열을 조장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되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특히 동문들은 성전환자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고정관념을 근거로 '진짜 여성'과 '가짜 여성'을 나누려는 시도에 강한 우려를 표하며 "사회적 약자·소수자와의 동행과 연대는 숙명인의 출발이며 계속 확장해나가야 할 가치"라고 밝혔다.


앞서 학내 일각에서는 성전환자 학생의 입학이 여성대학의 창립이념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동문들의 지지 표명에 이어 학내에서도 '혐오를 넘어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숙명여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여자대학의 핵심 목표이다"라며 "그렇기에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대에 입학하는 것은 여자대학의 교육 이념 및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어 "특정인의 정체성을 함부로 부정하고 그녀의 여대 입학에 찬반을 논하는 행위가 여자대학의 창립 이념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개인의 정체성은 제3자가 재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반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혐오"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답은 입장문을 대자보 형식으로 제작해 교내에 부착할 방침이다.


한편 일부 재학생과 동문들 사이에서는 성전환자 학생의 입학을 반대하고 입학을 허가한 학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해당 학생이 성전환 수술을 받고 법원으로부터 성별정정을 허가받은 법적인 여성이기 때문에 숙명여대로서는 입학을 막을 근거가 없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학교 규정상 성전환자에 대한 제한 규정은 없다"라며 "본인이 직접 성전환 사실을 밝히지 않는 이상 확인할 방법이 없어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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