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돈은 쌈짓돈? 연구비 부정집행 267건 적발·24억 환수
2020.02.04 14:00
수정 : 2020.02.04 14:00기사원문
(서울=뉴스1 ) 박주평 기자 = A 기업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원 수당 5000만원을 횡령하고, 인건비 3억4900만원을 총 43회에 걸쳐 법인카드 결제대금으로 유용했다. B 기업은 3개의 공급업체로부터 물품을 8차례(3400만원) 구입하고 반품 등 사유로 전자세금계산서를 취소했지만, 물품대금을 환입하지 않았다.
이같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금을 부정집행한 사례 267건이 정부의 합동점검 결과 드러났다.
국무조정실 부패예방감시단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7개 부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농촌진흥청)와 함께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정부지원금 집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 부정집행 사례 267건을 적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합동점검은 시스템 보완에도 불구하고 연구비 부정집행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는 현실을 고려해, 지난 2014년과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실시됐다. 지난해 연구·개발 예산(20조5000억원)의 73.3%(15조원)를 배정받은 상위 7개 부처가 지난 3년간(2016년1월∼2018년12월) 진행·종료한 사업 중 35개 사업(예산 5318억원), 124개 기관의 연구비 집행을 대상으로 했다.
부정집행이 적발된 사례 267건은 Δ연구장비·재료비 등 연구비 용도 외 사용 155건 Δ연구비 중복청구 23건(4600만원) Δ세금계산서 취소후 대금 미환입 89건(2억5600만원) 등이다. 부정수급 유형은 Δ연구장비·재료비(26건, 51억4000만원원) Δ인건비(21건, 36억4000만원), 연구활동비(49건, 4억8000만원) 순이다.
정부는 연구비 횡령·유용 등 중요성이 크거나 고의성이 의심되는 6건에 대해 고발 및 수사의뢰하고, 부정집행된 245건(23억7000만원)에 대해서는 국고 환수와 연구 참여 제한(3개 기관, 6명) 조치를 추진한다. 과실 정도에 따라 문책 등 인사 조치도 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점검 결과에 따라 연구개발비를 적법하게 집행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전자세금계산서, 기업 휴·폐업 변동 등 연구비 부정사용 여부를 탐지할 수 있는 정보의 부처 간 공유를 강화하기 위해 연말까지 R&D 혁신특별법(가칭)을 제정한다.
오는 9월에는 연구비통합관리시스템을 개선해 연계정보 활용 의심 건 분석 및 처리 결과를 시스템에 등록하고, 전문기관 간 연구비 집행정보를 연계해 같은 연구자가 다른 부처로부터 지원받은 연관된 연구비 집행내역(동일시기·동일거래처 집행내역 등)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또 전자세금계산서 '수정 여부'뿐 아니라 금액 변동 등 수정사유 정보도 국세청으로부터 제공받아 허위 집행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회계법인이 연구기관 사업비 집행에 대해 컨설팅을 하도록 하고, 부정사용 발견 실적 등에 따라 이듬해 정산업무를 추가 배정하는 등 인센티브도 제공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사항과 제도개선이 올해 마무리되도록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향후에도 국가 주요 재정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국가 예산이 더 효율적으로 집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