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 "물의 사과…올해 이상문학상 발표 없다"(종합)
2020.02.04 15:55
수정 : 2020.02.04 15:55기사원문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이상문학상 저작권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문학사상사가 4일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입장문은 지난 1월6일 예정됐던 이상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미뤄진 이후 약 한 달 만에 나온 것이다.
이상문학상 주관사인 출판사 문학사상은 이날 임지현 대표이사 명의로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고 "제44회 이상문학상 진행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와 모든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깊은 책임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학사상은 문제가 된 이상문학상 수상자와의 계약 합의 사항 등 저작권과 관련한 상세 조항에 대해 전면 시정할 것임을 밝히며 "시대의 흐름과 문학 독자의 염원, 또한 작가의 뜻을 존중해 최대한 수정·보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우선 기존 이상문학상 수상자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계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숙의와 논의 과정을 거치고, 문제가 된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에 관한 사항을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정정할 방침이다. 함께 문제가 된 표제작 규제 역시 수상 1년 후부터는 해제하겠다고 했다.
또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랜 시간 입장을 밝히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고 했다.
문학사상은 "최근 경영 악화로 본사 편집부 직원들이 대거 퇴직하며 일련의 상황에 대한 수습이 원활하지 못했고, 수년간 수상 안내 및 합의서 전달 과정에서 통일된 형식으로 업무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과오를 발견, 이에 대한 사실 확인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 중 하나인 '직원의 실수'에서 이번 사태가 비롯됐다는 표현을 한 부분에 있어서도 사과했다.
문학사상은 "상황에 대한 엄중함과 사태 파악 그리고 작가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해명이 부족했다"며 "관행으로 이뤄져오던, 그리고 기준 없이 행해져오던 일들을 직원의 책임으로 전가한 것에 대해 깊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해당 사태는 본사의 폐습과 운영진의 미흡함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임을 통감한다. 매달 시의적인 주제를 담는 잡지를 발간하면서도 시대정신과 시대가 요구하는 감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문학상을 운영했다"며 "폐습을 끊어내고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예민함을 갖추고, 통렬한 반성을 통해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독자와 작가가 원하는 문학사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오랜 고민 끝에 올해 이상문학상은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낡고 쇠락한 출판사가 다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많은 조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상문학상 저작권 논란은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등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결정됐던 소설가들이 지난 달 초 저작권 문제를 제기하며 촉발됐다. 이들에 따르면 수상작 저작권은 문학사상사에 3년간 양도해야 하고, 수상작을 개인 단편집 표제작으로 쓸 수 없으며, 다른 단행본에 수록할 수 없다.
이에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가인 윤이형 소설가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가 받은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다"면서 "일하지 않는 것이 제 작품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가를 그만둔다"고 '절필'을 선언했다. 이후 동료 작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독자들까지 문학사상사 보이콧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상문학상은 지난 1977년부터 매년 초 대상 수상작과 우수상 수상작을 선정해 발표해오는 상이다. 올해는 논란이 커지면서 수상작 발표가 무기한 연기됐다.
문학사상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최종본이 아니라며 30여분 뒤 삭제했고, 오후 공식입장문을 다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