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샐틈없이 신종코로나 막은 북한, 경제도 막혔다
2020.02.04 16:17
수정 : 2020.02.04 16:26기사원문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국경을 물샐틈없이 봉쇄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유입을 막는데 성공했지만 대신 경제 회복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이웃 국가들과의 항공편과 열차 운항을 중단했고, 최근 입국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몇주간의 의무 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또 해외 관광을 중단했으며, 국경 횡단 여행도 거의 완전히 봉쇄했다.
◇ 화물도 사람도 물샐틈 없이 막았다 : 중국과 북한의 국경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북한은 화물 운송을 막고, 중국인들을 국경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아무도 들어가거나 나갈 수 없다"고 했다.
북한전문 매체인 데일리NK 웹사이트에 북한 소식을 전하는 서울의 탈북자 강미진 역시 최소 1월30일 이후 국경선이 거의 완전히 폐쇄되어 밀반출까지 완전히 막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탈북자들과 함께 일하는 한 한인 목사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에 억류된 탈북자들을 송환하지 말아줄 것을 중국 정부에 요청했다. 중국 내 식당 등지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들은 북한 당국의 지시를 받고 사실상 억류상태다.
◇ 중국과 연결된 경제 생명줄도 막혀 :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잘 통제된 사회라 공중보건 정책 시행이 수월해 질병에 신속하고 결단력있게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여파를 몰고왔다. 신종코로나의 유입을 막기는 했지만 북한이 의존하고 있는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까지 단절됐기 때문이다.
탈북자 강씨는 "중국과의 단절은 북한의 시장경제뿐 아니라 전체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북한은 현지화를 장려하지만, 북한에서 제조된 사탕, 크래커, 의복 등의 원료는 중국산"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한 어린이들이 사탕과 과자 등을 선물받는 북한 정치 휴일은 축제 분위기가 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이미 2월16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 등을 포함해 최소한 2월까지 군사 퍼레이드 등 대규모 기념행사가 취소될 수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르티움 루킨 블라디보스토크 극동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북한의 경제적 위험의 정도는 중국 봉쇄 기간과 얼마나 제재가 전면적인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개월 이상 봉쇄가 계속된다면 이는 분명 북한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경제 어려워져 도발 행위할 수도: 북한의 경제 규모에 대한 공식 수치는 없지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에 북한의 국제 무역은 48.4% 감소, 경제가 2년 연속 적자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후 중국과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제재 해제와 국경 무역 회복 등을 지지하면서, 북한 경제가 상대적으로 회복세를 보인 징후가 포착됐다.
최근 한국 무역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전체 대외무역에서 중국의 비중은 2001년 17.3%에서 지난해 91.8%로 높아졌다. 수천 명의 중국 관광객들이 들어와 북한 경제의 숨통을 열어준 것이다.
루킨 교수는 "이번 위기는 비핵화 회담을 둘러싼 미국과의 대치상태에서 북한의 입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더 커진 경제적 취약성을 상쇄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같은 도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2020년 북한의 생활은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