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다녀온 환자 안받아요" 병원 진료거부 놓고 갑론을박

      2020.02.04 17:38   수정 : 2020.02.04 17:38기사원문
지난 1월 말 경북 포항시의 한 치과 구성원들은 진료를 원하는 50대 남성의 전화를 받고 두려움에 떨었다. 치과 구성원들은 의약품안전사용(DUR) 시스템을 통해 이 남성이 최근 중국 후베이성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해당 치과에서 치위생사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치과는 타액에 의해 손쉽게 바이러스에 노출된다"며 "에어로졸 감염(공기감염) 전파가 극심한 공간에서 환자를 받을 순 없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로 일부 병원에서 중국 입국 환자들에 대한 진료 거부가 횡행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의료인들 사이에는 "진료 거부는 있어서는 안된다" "다른 환자를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예방 시스템..'진료 거부' 악용

4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병원과 약국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 내부 '감염병 관련 국가 해외 여행력 정보제공 전용 프로그램(ITS)'을 통해 중국 입국자 및 확진자 접촉자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환자가 중국 후베이성에 방문한 이력이 있는 경우 '동 수진자는 중국 방문 입국자(후베이성 우한시 포함)로 신고 대상에 해당될 경우 1339 또는 관할 보건소로 신고 바랍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귀국 14일 이내에 발열과 호흡기 증상(기침·호흡곤란 등)이 있는 등의 환자가 신고 대상이다.

해당 시스템은 무증상 감염자를 가려내는 핵심 장치로 떠올랐다. 지난달 21일 네 번째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했지만 의원에서 DUR 기능을 활용하지 않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해당 환자는 3일 뒤에서야 확진 환자로 분류됐다.

그러나 해당 시스템이 '진료 거부'에 악용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후베이성 뿐만 아니라 중국에 운항 스케즐이 있는 직원에 대해 일부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와 무관한 정형외과에서도 진료 거부가 있다는 전언도 나왔다.

DUR 시스템의 주의사항에는 △환자를 귀가 시키지 말고 독립된 공간에서 대기 △환자, 의료진 및 직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개인정보 도용 및 진료 거부 금지 등이 명시됐다.

■"거부 안돼"vs."불가피한 선택"

이에 보건당국은 진료 거부 행위를 단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충북 등의 일부 지역에서는 우한 폐렴 확산 우려로 의료기관에서 진료 거부행위를 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보건당국이 현장 점검에 나선 바 있다.


진료 거부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부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B씨는 "바이러스 대처 능력이 없는 병원은 (진료 거부가)어쩔 수 없다"며 "자칫 감염자가 병원 방문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 경영에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진료 거부 행위에 대해 관련 가이드라인 지침을 보냈다"며 향후 현장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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