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장애 환자에게도 ‘먹는 기쁨’ 주고싶다"

      2020.02.04 18:44   수정 : 2020.02.04 18:44기사원문
"연명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케어푸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세계푸드 종합식품연구소 올반LAB에서 만난 박경리 연구원(사진)은 "신세계푸드의 케어푸드 '이지밸런스'를 통해 음식을 씹고 삼키기 힘든 분들께 먹는 기쁨을 되찾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케어푸드란 건강상의 이유로 맞춤형 식품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먹거리다.

주고객은 노인과 환자지만 일시적으로 신체기능이 떨어지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산모, 어린이 등도 섭취할 수 있다. 케어푸드로는 음식을 입에 넣고 씹는 기능(저작)의 저하를 보완하기 위한 연화식과 음식을 삼키는 행위(연하)가 곤란한 사람들을 위한 연하식이 있다.

박 연구원은 "어릴 적 중풍에 걸린 외할머니께서 섭식 장애를 겪으시면서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시지 못해 돌아가셔 마음이 아팠다"며 "성인이 돼 방문한 한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에서 일부 환자들이 일반적인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음식을 죽과 함께 갈아서 먹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박 연구원은 선진국에는 섭식 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위한 케어푸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케어푸드를 직접 만들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마침 신세계푸드가 케어푸드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개발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던 때였다.


박 연구원은 "케어푸드 개발 초기에는 머릿속으로 떠올린 상상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며 제품을 구현해보려 했으나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아 난관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해외에서 열리는 케어푸드 세미나에 수차례 참석하고 미국에서 의학공부를 하고 있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케어푸드 관련 학회에 참석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박 연구원은 "다양한 종류의 의학정보를 제공받으며 구체적인 내용들을 연구했다"며 "여기에 그동안 다양한 종류의 가정간편식(HMR)을 개발하며 쌓은 식품가공 노하우를 접목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3년 간의 노력 끝에 박 연구원을 비롯한 신세계푸드 연구원들은 지난 1월 연하식에 중점을 둔 케어푸드 '이지밸런스' 5종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소불고기 무스' '닭고기 무스' '가자미구이 무스' '동파육 무스' '애호박볶음 무스' 등이다. 음식 본연의 맛을 구현하면서도 삼키기 편하고 혀로 가볍게 으깨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었다. 용기째 중탕 또는 콤비오븐에서 가열 후 섭취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연하식 및 영양식 제조기술에 관련된 특허 4건도 출원했다.

박 연구원은 "이지밸런스를 식사로 제공하고 있는 경기 일산의 한 요양병원을 방문했을 때 '맛도 좋고 부드러워 음식 먹는 행복을 느꼈다'는 환자들의 반응을 듣는 순간 지난 3년간의 과정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6년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되면서 케어푸드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박 연구원은 고령층에게 집중돼 있는 케어푸드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박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신체기능이 떨어지거나 미용상의 이유로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 영양부족을 겪고 있는 산모와 어린이 등도 케어푸드를 먹을 수 있다"며 "케어푸드 대중화를 목표로 개발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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