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업체 유형별 지원해야" 요구 쏟아낸 기업들.. 홍남기 "검토하겠다"(종합)
2020.02.07 14:22
수정 : 2020.02.07 14: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인들을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V)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기업들은 피해 업체 유형별 지원과 현행 제도·법령의 유연한 적용, 자금조달 방안 등을 요구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검토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日 수출규제 때처럼 맞춤형 대책 절실
홍 부총리는 7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련 기업인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홍 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황각규 롯데 부회장, 박근희 CJ 부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참석했다.
홍 부총리는 "조기종식이 안 될 경우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될 수 있어 정부는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대응중"이라며 "이미 중국인 등 방한 관광객이 확연히 줄어 여행업 관광숙박업 등의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부품조달 등과 관련 중국진출기업들의 공장가동 중단 여파도 일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주 세정·통관지원대책, 금융지원대책, 자동차부품 수급안정대책 등을 발표한 바 있고 앞으로도 최대한 신속하게 관련 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며 "2월 중 수출지원대책, 관광업 지원대책 등 업종별, 분야별 대책이 마련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과 지원을 주문했다. 박용만 회장은 "중국 공장이 멈추고 왕래가 끊기면서 호전되던 수출 감소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중간재 수출 업체, 부품조달을 못하는 완성품 업체, 현지 투자 관련 차질을 빚는 업체, 소비심리 악화로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내수 업체 등 크게 4가지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형별로 미시적, 포괄적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2월 임시 국회와 관련 특위가 구성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여야를 떠나 경제활력을 위한 입법 활동을 촉구한다"고 했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 때처럼 우리나라가 치밀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게 재계와 정부의 공통된 생각이다.
김영주 회장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소재·부품·장비 같이 치밀하고 실현 가능한 대책을 논의하길 바란다. 중국에서 80% 이상 수입하는 부품은 하루 빨리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주 52시간 근로제, 화평법 등 현행 제도나 법령에서도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중소기업은 자금 압박 문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해도 경기가 안 좋아서 현재 자금 사정이 안 좋은 업체가 많다"며 "중소기업들은 이번 CV 사태로 이중고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CV 감염증 확산에 따른 중국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경제계는 요청했다. 박용만 회장은 "중국 비난에 몰두하는 것은 자제해주길 바란다"며 "한·중 양국은 서로에게 가장 인접한 국가이자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연결된 대단히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다. 이성적인 대처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격리매장 재오픈 지침·완치 환자 혈액 공급 검토
간담회에서는 확진자가 방문한 업체나 매장이 일시 폐점했다가 다시 개점하는 데 유예 기간을 얼마나 두어야 하는지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홍 부총리는 "보건복지부와 방역본부가 상의해서 지침을 마련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다가 완치된 환자의 혈액을 치료제 개발 기업에 제공하는 방안도 정부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완치된 혈액이 공급된다면 치료제 개발 속도를 확 당길 수 있겠다는 건의가 있었다"면서 "개인의 혈액에 대한 공급 문제로 신중해야 하지만 완치 환자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정부가 검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업장 연장 근로와 어린이 돌봄 문제도 테이블에 올랐다. 김상조 실장은 "전날 기준 24개 기업이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했고, 현재까지 절반 가까이 허용돼 시행 중"이라며 "국민이 가장 불안해하시는 분야가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을 때 돌봄 서비스다. 정부도 휴가제도, 단축제도를 도입 중인데 기업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정부와 기업인들은 과도한 공포를 경계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홍 부총리는 "많은 행사와 모임이 최소돼 관련 업계의 타격이 너무 크다고 한다"며 "대규모 행사의 경우 일방적으로 취소하지 말고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을 대전제로 꼭 해야 할 행사는 해줘야 한다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업인들은 정부에 재산세 등 일부 세금과 시설 이용료·수수료 등을 감면·유예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검토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