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국가가 불러준 것, 영광"...사내 게시판에 '우한 전세기' 소감

      2020.02.07 13:42   수정 : 2020.02.07 13: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가가 필요할 때 우리를 불러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야 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7일 사내 소통광장에 '우리 승무원들과 우한을 다녀와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 고객, 직원을 위해 최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임원들과 협의해 대처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지난 1월 31일 정부의 첫 '우한 전세기'에 동승한 당시 상황과 소감을 말했다.

조 회장은 이날 "전세기 운항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탑승함으로써 교민이 다 못 타게 되지는 않을까 안타까워 고민하게 됐지만, 2층에는 교민이 아닌 정부 파견단이 탑승하니 영향은 없을 것으로 믿고 그냥 가기로 했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민폐' 지적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항공기 내에서 할 일이 거의 없었다"며 전세기 내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저를 비롯한 승무원에게 내려진 지침에 따라 항공기 내에서 대기했고 바쁘게 기내 준비 중인 승무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 숨쉬기도 힘들었을 승무원을 지켜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 같이 있을 수 있어 마음은 편했다"고 말했다.

최근 우한총영사관의 한 영사가 조 회장에 대한 비난 글을 올렸다 문제가 되자 사과한 일에 대해서는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우한 영사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았지만, 문제 삼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처음에는 정말 서운했지만 이번 전세기의 기본을 생각해보게 됐다"며 "위험을 알고도 자원해 준 우리 승무원, 정비사, 운송직원을 위해 탑승한 기본 취지를 생각하면서 그냥 웃어넘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조 회장은 "우리 직원이 위험 지역에 자원해서 간 것은 대한민국의 국적사이자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직원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에 충실했을 뿐"이라며 "누군가 우릴 칭찬해주거나 알아주길 바라고 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기로 돈 벌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위험에 처한 고객을 위해 전세기 운항을 승인했고, 승무원들과 우리 직원들을 위해 항공기에 탑승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조 회장은 중국에 남아있는 직원의 철수를 서두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직원들을 보호하려면 당장 중국 노선을 모두 중단해야 하지만 우리가 모든 노선을 중단한다면, 교민들의 길을 막게 될 것"이라며 "회사가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당장 모든 노선을 중단해 손실을 최소화해야겠지만,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로서의 책임을 저버릴 수가 없다"며 직원들에게 대한항공의 책임과 역할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전세기 운항에 탑승한 모든 운항, 객실, 정비, 운송 직원들의 노고를 절대 잊지 않겠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교민을 위해 애쓴 중국 지역 대사관, 영사관에도 감사드리며 상황이 좋아지고 원활해지면 한중 교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복항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조 회장은 현재 전세기 동승 이후 자체 자가 격리 중이다. 전날 열린 대한항공 이사회와 이날 열린 한진칼 이사회도 화상회의 형식으로 주재했다.
조 회장은 "귀국 후 저는 당분간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기로 마음먹고 가족 보호 차원에서 집에 안갈 마음으로 2주일간 생활할 준비를 하고 나왔다"며 "당연히 출근도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컴퓨터와 기타 업무에 필요한 준비도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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