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느는데 총 확진자 수는 감소?…불신 부른 中 ‘고무줄 통계’
2020.02.11 17:36
수정 : 2020.02.11 19:14기사원문
중국이 의도적으로 수치를 손보지 않았어도 집계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현재 중국 정부가 밝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감염자 수치를 추정하면서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전날과 다른 누적 확진환자 수치
11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0시 현재 누적 감염자는 4만2638명, 사망자는 1016명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확진자는 2478명, 사망자는 108명 각각 늘었다. 하지만 단순 계산하면 두 수치는 차이가 난다. 전날까지 감염자는 4만171명이었다. 여기에 신규 확진자 2478명을 더하면 4만2649명이 된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밝힌 4만2638명과는 11명 격차가 벌어진다.
10일 수치도 마찬가지다. 9일까지 감염자는 3만7198명이고, 3962명이 이날 새로 추가됐다. 이렇게 되면 전체 수치는 4만260명이 돼야 한다. 그러나 중국이 제시한 누적 감염자는 4만171명이다. 두 수치의 격차는 89명이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누적 확진자 수가 전날보다 줄어든 셈이다.
9일과 8일 누적 감염자 수도 전날과 다르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의 누적 감염자 수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국가위생위 집계는 31개 성·시·자치구에서 올라온 것을 종합한 것이다. 전날 통계에 포함했지만 오진으로 판명이 났을 경우 다음 날 바로잡았을 가능성은 있다. 중국 당국은 이와 관련, "지방에서 그렇게 보고가 왔다" 외에는 자세한 답변은 하지 않고 있다고 중국 소식통은 전했다.
■해외 추정치와 과리감 커
신종 코로나 통계에 의심의 눈초리는 해외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공중위생 전문가인 닐 퍼거슨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교수는 지난달 26일에 이미 감염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당시 중국 보건당국의 수치는 1975명이었다. 홍콩 전염병역학통계센터를 이끄는 가브리엘 렁 교수도 이미 2만5000명에 육박했고, 4만4000명이 잠복기에 있다고 비판했다. 2월 초 누적 감염자는 2806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보건당국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 테이터가 일정한 비율로 늘어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 게시판 스누라이프는 '신종 코로나 데이터, 이런 일이 흔한가'라는 제목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일정한 함수 추선대로 늘어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 논리대로라면 다음 날 중국 보건당국이 제시할 수치도 예상 가능하다.
중국 최대 인터넷회사인 텐센트가 한때 신종 코로나 사망자를 2만4000명으로 표기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만 영문 매체인 타이완뉴스는 텐센트가 운영하는 큐큐닷컴에서 지난 1일 신종 코로나 사망자 수를 중국 정부 발표보다 90배 이상 높은 수치로 발표했다며 '실제 사망자 수를 실수로 유출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상황판 표기는 곧 수정됐다.
■정보접근 제한성과 과거 통계 논란
중국 정부의 통계에 대한 논란은 정보접근의 제한성과 과거 통계조작 사례에서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의 통계는 우리나라처럼 어느 누구나 손쉽게 접근해 관련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중국 국가통계국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극히 제한돼 있다. 그나마도 최근 내용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 수개월~수년 전의 데이터만 존재한다. 공식 통계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만 발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때그때 '통계 마사지'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해외 전문가와 주요 외신은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31개 성·시·자치구 지도자들이 승진의 잣대가 되는 실적을 부풀리거나 피해를 축소해 보고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로 인해 지방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통계치가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률을 넘어서는 웃지 못할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이를 바로잡는 개혁을 올해부터 본격화할 방침이다.
인민일보는 국가통계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 "(통계개혁은) 국가 GDP와 지방 GDP 데이터를 연계해 통계지표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정부 통계의 공신력을 높이는 중대한 개혁조치"라고 밝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