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부상 사고내고 뺑소니친 버스기사 '무죄'…왜?

      2020.02.12 14:17   수정 : 2020.02.12 14:51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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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스1) 박태성 기자 = 신호대기 중인 택시를 들이받고 그대로 도주한 50대 버스기사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형사1단독 고승일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씨(5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22일 오후 5시50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통근버스를 운전하다가 앞서 신호를 기다리던 B씨(68)의 택시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택시기사 B씨와 택시 승객 2명이 각각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택시는 파손됐다.


A씨는 사고를 내고 현장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달아났다.

검찰은 A씨가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로 사고를 내고 피해자 구호 등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고 도주했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순간적으로 기억을 잃을 수도 있는 A씨의 지병 때문에 사고 자체를 인지하지 못 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사고 얼마 뒤 복합부분발작을 동반한 국소화관련(초점성·부분적) 증상성 뇌전증과 뇌전적증후군이라는 병명을 진단받았다"며 "이 경우 뇌전증 발작 때 의식소실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의식소실 때는 피고인이 사고를 일으키고도 사건 발생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고 며칠 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A씨는 병원에서 뇌질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A씨가 사고 당시 뇌질환으로 인한 의식소실로 사고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을 개연성이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 근거로 Δ사고로 택시가 움직이지 않자 A씨가 경적을 울리며 운행하는 등 도주의 일반적인 형태라고 보기 어려운 점 ΔA씨가 한참을 운행한 뒤 차량 앞부분 파손을 인지하고 주차 중 피해를 입은 것으로 오인해 경찰에 신고한 점 Δ사고 직후 A씨가 무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하고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 Δ기억소실 외에 도주 원인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들었다.


고 부장판사는 "사고 관련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사고 사실을 인지하고도 도주 또는 피해자 구호 등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를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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