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대란 터지나… 정부, 대책 고심

      2020.02.12 17:22   수정 : 2020.02.12 20:32기사원문
폐기물 수거업체가 서울 일부 지역에서 폐지 수거를 거부하면서 제2의 '폐지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의 폐지 수입금지로 폐지 가격이 떨어지고, 가정에서 저품질 폐지가 나오고 있다.

■저질 폐지로 '대란' 우려

12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60%의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는 '공동주택 재활용가능자원 수집 운반협회'는 지난 3일 "제지사의 재활용 종이류 반입거부로 유통이 불가능하다"며 폐지 수거 거부를 선언했다.

이후 지난 10일부터 서울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폐지 수거가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뿐만 아니라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폐지 수거 거부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폐기물 수거업체들이 비닐·플라스틱 등 수거를 한 달 가까이 거부했던 쓰레기 대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정책 변화로 폐지가 공급과잉이라는 점이 우선적 배경이다. 중국은 2017년 9월부터 환경오염을 이유로 폐골판지를 포함, 24종의 쓰레기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폐지 물량 대다수를 수출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곧바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수도권 폐골판지 가격은 ㎏당 62원에 거래됐다. 이는 중국이 정책을 시행했던 2017년 9월의 ㎏당 147원에 비해 절반 넘게 떨어진 가격이다.

이 과정에서 수거되는 폐지의 '오염'도 문제를 가중시켰다. 국산 폐지를 이용해 골판지를 생산하는 제지업계에서는 이물질이 붙은 폐지가 수거돼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제지회사 관계자는 "국내 폐지는 오염이 심해 사용이 어렵다"며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골판지 업계는 택배업 발달로 박스 수요 증대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수입량만 늘리고 있다. 골판지 수입량은 2018년 37만9000t에서 2019년 53만2000t으로 40% 급증했다.

■"폐지 선별 강화해야"

환경부는 폐지 대란을 우려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월 22일 제지업계, 폐지업계와 MOU를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제지업계는 2월 말까지 2만t의 폐지를 선매입하기로 했고, 폐지 거래 과정에서 표준계약서를 작성해 거래관행을 개선키로 했다.

아울러 환경부는 폐지 수거를 거부하는 일부 업체에 강경 대응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수거업체가 수거 거부시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행정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제지업계의 선매입 같은 단기적 해결책이 아닌 폐지 질 개선 등 장기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폐지 순환의 가장 큰 문제는 아파트에서 배출되는 폐지의 품질관리가 안되는 것"이라며 "수거업체들이 영세해 폐지 선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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