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대전·지사대전 이어 고민정-나경원?…빅매치 쏟아진다

      2020.02.13 06:10   수정 : 2020.02.13 11:20기사원문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여야가 4·15 총선에 내보낼 차기 대선주자급 후보들을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의 공천 정리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곳곳에서 여야 대진표가 하나둘씩 완성되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각각 경남도지사를 지낸 여야 잠룡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 지역구에서 한판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종로 선점'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험지 출마' 결단으로 응답하면서 이뤄진 차기 대선주자 1·2위간 '대선 전초전'에 이어 또 하나의 흥미로운 대결이 이뤄진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의 입'을 지낸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나경원 전 한국당 원내대표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추가 '빅매치'들도 곧 성사될 전망이다.

◇정치1번지 종로에서 맞붙는 대선주자 1·2위…이낙연 vs 황교안

대한민국 '정치1번지'로 불리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던 종로는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와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가 맞붙는 '총리 대전'의 무대로 펼쳐지고 있다.


먼저 출마를 결정지은 이 전 총리에 이어 황 대표가 출마를 결심했고, 전날(12일)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1·2위를 기록하는 여야의 대표주자간 대결이라는 점에서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라는 데 정치권의 이견이 없다.

특히 이 전 총리로서는 6년 만의 여의도 복귀로 임하고 있는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를 지내며 여권 유력주자로 급부상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할 기회이기도 하다.

황 대표로서는 이제 그만 '정치 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내기 위해서라도 '험지'에서의 지역구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당대표로서 전체 총선 지휘라는 과제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할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종로 대전'이 두 사람의 정치생명을 좌우하는 것은 물론 여야 두 정당의 2022년 차기 대선의 향방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남 양산을 '지사대전'…김두관 민주당 의원 vs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은 여야 모두 심상치 않은 PK(부산·경남) 선거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PK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민주당은 흔들리는 PK 표심을 안정시켜 지난 20대 총선의 민주당 바람을 이어가기 위해 대선 잠룡인 김두관 의원을 수도권(경기 김포갑)에서 끌어내려 차출할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반면 한국당으로서는 20대 총선에서의 무기력했던 PK 승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소위 'PK 험지'로 불리는 몇몇 지역에 대해 '탈환'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이에 고향인 밀양 출마를 고집해 온 홍준표 전 대표의 마음을 돌려세워 결국 양산을로 선회하도록 만들었다.

경남지사로는 홍 전 대표가 후임으로, 홍 전 대표는 2012년 대선후보 경선을 위해 도지사직을 중도 사퇴한 김 의원을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홍 전 대표 역시 대선 출마를 위해 지난 2017년 지사직을 사퇴해 서로 할 말은 없는 사이가 됐다.

둘 모두 여야의 잠재적 대선주자라는 점에서 '종로 대전'에 나선 이 전 총리와 황 대표 못지않은 관심이 '양산 대전'에 쏟아질 전망이다.

◇서울 동작을에선…고민정? 이수진? vs 나경원

서울 동작을은 여성 정치인들 간의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역 의원인 나경원 전 한국당 원내대표는 수성을, 민주당에서는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이수진 전 판사가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나 전 원내대표는 4선의 유력 여성 정치인이다. 동작을에서 19대와 20대 연이어 당선된 만큼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고 평가된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면서 나 전 원내대표 못지 않은 인지도를 쌓은 고민정 전 대변인이나, 양승태 사법부에 대해 첫 문제제기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수진 전 판사를 나 전 원내대표에 맞설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

동작을에서 민주당 후보로 고 전 대변인이 확정되면 한나라당 대변인 출신인 나 전 원내대표와의 대변인 대결로, 또는 법조인 출신의 이수진 전 판사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경우 역시 판사 출신인 나 전 원내대표와 법조인 대결로 치러질 전망이다.

여야 모두 동작을은 쉽지 않은 지역이어서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 2004년 17대 총선까지는 진보 성향의 정당이 터를 잡았지만 18대 총선에서 정몽준 전 의원이 당선된 이후 12년간 보수 진영으로 기울었다.

◇추미애 빠진 서울 광진을…오세훈 vs 고민정 대결 가능

광진을에서만 5선을 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치 앞을 전망할 수 없게 된 광진을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국당 후보로 나선다.

민주당은 아직 후보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오 전 시장에 맞설 수 있는 중량급 후보를 내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거론된 적도 있지만 사실상 어렵게 됐고,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앞서 고 전 대변인은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721번 번스'를 언급하는 글을 올려 광진을 출마가 굳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721번 버스는 서대문구 북가좌동에서 광진구 화양동 건대입구역을 왕복한다.

민주당으로서는 오랫동안 추 장관이 일궈온 텃밭인 광진을이 위태로워질 경우 다른 서울 지역에도 적지 않은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성'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당은 추 장관이 빠진 틈을 활용해 이번에야말로 깃발을 꽂겠다는 각오다.

◇공주·부여·청양 '리턴매치'…정진석 vs 박수현

고(故) 김종필 전 총재의 정치적 기반이자 충청 대망론의 본산인 '공주·부여·청양'에서는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과 정진석 전 한국당 원내대표의 리턴매치가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당시 현역 의원(공주)이었던 박 전 대변인을 꺾은 정 전 원내대표는 21대 총선을 통해 5선 의원 고지를 노리고 있다. 박 전 대변인은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특히 부여군, 청양군은 지난 지방선거 전까지 단 한 차례도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을 진보 진영에 빼앗긴 적이 없었던 보수 강세 지역이었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시장·군수를 모두 가져가면서 보수의 텃밭이라고 부를 수만은 없게 됐다.


이에 이번 총선에서 '공주·부여·청양'은 충청권에서 보수와 진보의 한판 대결은 물론 전체 총선 판세를 가늠할 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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