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회전문 인사'…북미협상 성사되도 北에 끌려갈 판

      2020.02.13 15:25   수정 : 2020.02.13 15: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북미대화의 실무를 담당했던 스티븐 비건 협상팀이 사실상 와해됐다. 비건이 부장관으로 승진하면서 사실상 발이 묶여버린 상황이고 그가 이끌던 협상팀도 자리를 옮기고 있다. 정부는 사전에 인지한 사항이고 협상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수십년간 미국만 연구한 북한 외무성에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있을지에 우려섞인 시선이 나온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주 외교부와 통일부를 방문해 한반도 문제와 남북관계에 대해 협의했던 알렉스 웡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유엔 특별 정무 차석 대사로 지명했다. 미 국무부 북한 담당 차관보를 겸임하고 있는 알렉스 웡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 후 그의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예상됐던 인물이다.
북미대화와 별개로 남북관계 진전을 추진중인 우리 정부와 개별관광 등을 논의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지난해 연말에는 알렉스 웡의 전임자였던 마크 램버트 전 대북특별 부대표가 유엔으로 자리를 옮겼다. 램버트 전 부대표는 스톡홀름에서 비건과 함께 북한과 협상에 나섰던 인물이다.

정부는 비건이 부장관으로 승진했지만 여전히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뮌헨안보회의 출국 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고 또 다양한 계기에 북한과 대화에 언제든지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런 미국의 입장은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서 우리가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로 인해 미국의 업무에 공백이 생긴다거나 그런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잦은 인사로 인해 공백이 느껴진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외교 전문가는 "비건이 맡은 부장관이라는 자리는 미 국무부 업무만 해도 빠듯하다"면서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협상이 진행되지 않을 때 더 바쁘게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정책 특별대표라면 북한과의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지금 한국, 중국, 일본 등을 두루 다니며 의견을 듣고 협상을 타진하고 다녀야 한다는 얘기다.

당장 대북정책 특별 부대표를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도 고민이다. 협상팀이 줄줄이 이탈한 상황에서 남아 있는 인물은 앨리슨 후커 미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정도인데 협상을 이끌기엔 아직은 약하다는 평가다.

특히 기존 협상팀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북미협상에서 북한에 끌려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 외무성은 사실상 미국을 상대하는 게 주된 업무"라며 "미국과의 협상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 포진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협상이 이뤄질 경우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등이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은 수십년간 미국을 상대해 온 인물들이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팀을 빼서 다른 자리로 넣고 있는데 그만큼 그와 뜻을 함께하는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북한과 대화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누구를 협상팀에 넣게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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