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협의 1년만에 '근무복 일괄세탁' 실시 발표

      2020.02.15 09:00   수정 : 2020.02.15 09: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하주차장 한 구석에 딸린 공간에 간호사 탈의실을 마련하는 등 논란을 빚었던 가천대학교 길병원(원장 김양우)이 직원 근무복 세탁을 병원차원에서 실시한다. 2018년 말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고 근무복 세탁업체를 선정하기로 한 지 1년여 만이다.

길병원이 전문 세탁업체를 선정해 근무복 일괄세탁에 나서며 매출규모 상위 8개 종합의료기관은 모두 근무복 일괄세탁을 진행하게 됐다.

적지 않은 의료기관이 근무자에게 간호복을 직접 세탁하도록 하고 있는 한국 의료계에서 변화의 바람이 일 것으로 기대된다. <본지 1월 25일. ‘종합병원 10곳 중 3곳 "간호사가 직접 빨아" [병원 근무복 세탁 실태점검 2]’ 등 관련 시리즈 참조>


■이달부터 전문업체 선정해 주1회 세탁
길병원은 지난주 전 직원에게 공지한 회람을 통해 특수부서 외 일반 병동 직원들의 근무복을 세탁업체를 통해 일괄 세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근무복을 활동복으로 교체한 병동과 진료지원부서로, 활동복이 지급되지 않은 부서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병원은 활동복 보급이 진행됨에 따라 적용대상을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선정업체는 의료세탁 전문업체인 리앤정CNT다. 이 업체는 주2회 병원을 방문해 근무복을 수거하며 주1회 법에 따라 세탁한다.

앞서 길병원은 2018년 말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지부장 강수진)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활동복과 랩가운을 포함한 모든 근무복을 자체 세탁하기로 합의했다. 목적은 감염예방과 청결한 업무환경으로, 위생과 복지 양면에서 근무복 세탁이 필요하단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병원 측은 일부 특수부서를 제외한 대다수 병동 근무자의 근무복을 세탁해주지 않았다.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에 나섰으나 가격이 맞지 않아 계속 유찰됐다는 게 이유였다. 유찰횟수만 3차례에 달했다.

이로 인해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농후한 근무복을 집으로 가져가서 세탁해야 했다. 본지 취재과정에서 다수 간호사들은 혈액과 타액은 물론 소변 등 오물이 묻어 있는 근무복을 직접 가져가 빠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증언했다. 일부 간호사는 상당 기간 근무복을 세탁하지 않아도 병원 측의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노조 "일부 부서 배제될까 우려"
현행법상 혈액과 타액, 대·소변 등이 묻은 근무복은 의료기관 세탁물로 병원 측이 일괄 세탁해야 한다. 따라서 간호사들이 오염된 근무복을 집으로 가지고 가 직접 빠는 행위엔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

비용을 아끼려는 병원 측 입장과 관련 조사를 전혀 하고 있지 않은 보건복지부의 태만한 관리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 내 감염예방이 주목받으며 길병원 근무자의 근무복 개별 세탁이 더욱 큰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길병원지부 강수진 지부장은 “근무복 세탁은 (복지뿐 아니라) 감염에서도 문제가 되는 건데 이제라도 병원이 근무복 세탁의 중요성을 알고 나서는 게 긍정적”이라면서도 “활동복을 입는 모든 부서를 세탁해준다고 했는데 아직 (활동복을) 지급받지 못한 부서가 많이 있어 (이들이) 배제되는 건 아닌가 염려가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길병원 측은 지난 1월 본지 보도 이후 화제가 된 탈의실 문제를 개선했다. 지하주차장 구석에 마련됐던 탈의실을 더 나은 공간으로 이전했으며, 과거 해부실습실로 쓰였던 탈의실에도 보안장치를 설치하고 편의시설을 확보하는 등 개선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파이낸셜뉴스는 일상생활에서 겪은 불합리한 관행이나 잘못된 문화·제도 등의 사례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해당 기자의 e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제보된 내용에 대해서는 실태와 문제점, 해법 등 충실한 취재를 거쳐 보도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제보와 격려를 바랍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