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감시망 확대하는 인도, 중국식 '감시 사회' 따라하나

      2020.02.18 16:17   수정 : 2020.02.18 16: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겪은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 인도가 IT 기술을 활용해 대규모 사회감시망을 건설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도측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해외 IT 기업으로부터 정보 주권을 지킨다는 입장이나 중국처럼 '감시 사회'를 만든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지난해 12월 인도 하원에서 공개된 개인정보보호법이 1년 전 초안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며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14억 국민들을 감시할 길이 열렸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은 인도 최초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나온 법안으로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에 대응하기 위해 입안됐다. EU는 2018년 5월에 GDPR을 발효하고 EU에서 영업하는 모든 외국기업에게 GDPR을 지키지 않으면 최대 연매출의 4%에 달하는 벌금을 매기기로 했다.

지난 2017년에 문제의 개인정보보호법 초안을 작성했던 BN 스리크리슈나 전 대법관은 FT와 인터뷰에서 BJP가 법안을 "전체주의적으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군가 법안을 훔쳐갔다"며 개정안이 "헌법에 맞지 않지 않다"고 강조했다. 초안의 경우 인도 국민에게 중요 민감 정보를 남에게 넘겨주기 전, 이를 거부할 권리를 보장했다.
새 개정안에 의하면 인도 중앙정부는 공공질서 유지 같은 명분을 구실로 이 같은 규정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인도의 감시체계 구축 논란은 이미 2009년부터 시작됐다. 인도는 당시 '아드하르(Aadhaar)'라고 명명한 디지털 신분증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12자리 개인 번호와 개인의 홍채 및 지문, 얼굴같은 생체 정보를 조합했다. 정부 측은 아드하르가 호적제도가 없는 인도 사정상 국민들의 사회보장 서비스 이용에 유용하다고 주장했으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인도 대법원은 2017년 판결에서 일단 아드하르를 합법으로 인정했지만 민간 주체의 아드하르 정보사용을 제한했다.

FT는 인도가 아드하르 기술을 보급하는 동시에 감시카메라 등 대규모 감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도 뉴델리의 CC(폐쇄회로)TV 숫자는 인구 1000명당 10개로 세계 20위에 달한다. FT는 민간 업체들이 군경에 안면인식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며 인도 시장조사업체 테크싸이를 인용해 인도 내 해당 기술 관련 산업이 앞으로 4년간 매년 36%씩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현지 인권운동가들은 이 같은 감시 기술 발전과 더불어 정부의 믿을 수 없는 의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도에서 4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미국 메시지 어플리케이션 와츠앱은 지난해 10월 발표에서 페가수스라 불리는 스파이웨어가 인도 와츠앱 사용자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했다고 밝혔다. 페가수스를 개발한 이스라엘 기업인 NSO측은 자신들의 제품을 각국 정부에게만 엄격히 판매한다고 해명했다.

반면 인도 정부는 개인정보 통제 강화가 정보 주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 2018년에 해외 기업을 포함해 인도인의 결제 정보를 다루는 모든 기업들에게 해당 정보를 무조건 인도에 보관하라고 지시했다.

FT는 이같은 정보 통제 정책들이 결국 무역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형 IT 기업들 대부분이 미국 기업인만큼 인도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스코, 마스터카드 임원들이 포진해 있는 미국·인도 전략 파트너십 포럼 회장인 무케시 아기는 인도의 규제 강화에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인도 정부는 자국 기업들을 키우기 위해 미국 기업들에게 교묘한 규제를 하고 있다"며 "공평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