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고유정 ‘무기징역’…"사회로부터 영구 격리"

      2020.02.20 15:05   수정 : 2020.02.20 16:39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 고유정(37)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는 20일 오후 2시부터 201호 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고씨는 전 남편을 살해하고 전례 없는 참혹한 방법으로 사체를 훼손해 숨기는 등 범행이 계획적으로 판단된다"며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는 고씨를 영구적으로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 전 남편 살해 계획범행 인정… 의붓아들 살해 증거부족

재판부는 고씨가 감자탕 뼈다귀·졸피뎀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한 내역을 거론하면서 “범행 이전에 신체와 살해 관련 검색을 한 것이 곳곳에서 발견됐다”며 “범행 후 피해자의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조작한 점도 마치 피해자가 성폭행을 시도했다가 자신에게 사과한 것으로 꾸며내기 위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계획적 범행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신체에 발생한 상처도 성폭행을 막다가 생겼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피해자를 찌르다가 발생했다는 신체 감정 결과 등을 놓고 볼 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의심은 들지만 직접 증거가 없어 고유정에 의한 고의적 범행 여부를 확실하게 할 수 없으면 무죄로 추정하는 게 헌법상 취지”라며 “피고인이 아닌 제3자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충분한 범죄 증명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고씨 현 남편의 모발에서 수면유도제인 졸피뎀 성분이 검출된 데 대해서는 “현 남편이 항우울제 등을 복용한 사실이 있고, 의붓아들의 사망과 직접 연결 짓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펜션에서 전남편(36)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3월 2일 오전 4~5시께 충북 청주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5)을 압박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달 30일 11차 공판에서 “전 남편인 피해자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검출됐으며, 의붓아들이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살해됐다는 부검 결과가 바로 사건의 결정적 증거"라며 고씨가 철저하게 계획한 ‘극단적인 인명경시 살인’으로 규정하고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고유정은 지난 8개월 동안 12차례나 진행된 공판에서 전 남편 살해는 성폭행을 피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또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범행 자체를 부인해 왔다.

한편 제주지법은 고유정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해 8월 12일부터 일반 시민에게 방청권을 배부해왔다.
제주지법 개원 사상 처음이다. 선고공판이 열린 이날도 좌석 34명·입석 15명 등 총 49명으로 방청객을 제한한 가운데, 법원 직원이 이름과 전화번호가 기재된 응모권을 추첨함에서 뽑아 호명하는 식으로 방첨권 추첨을 진행했다.
이날 방청 경쟁률은 1.8대 1. 앞서 첫 재판 때는 4.4대 1을 기록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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