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2년 연구한 ‘하늘 나는 들것’ 2년후엔 구조현장 투입되길"

      2020.02.21 17:40   수정 : 2020.02.21 17:51기사원문

"이번에 디자인한 응급구조 드론은 먼 미래의 얘기나 말이 안되는 것이 아니라 당장 실현 가능한 것을 만들자고 했고, 이 대목이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인정받은 것 같다."

정연우 울산과학기술원(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사진)는 21일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20'에서 프로페셔널 콘셉트 부문 본상을 수상한 '911$ 응급구조 드론' 탄생에 대해 설명했다.

이 응급구조 드론은 '하늘을 나는 들것'이다.

환자가 누울 수 있는 들것에 8개의 프로펠러와 유선 배터리팩이 연결된 형태로, 80~100㎏의 사람을 태우고 지상에서 1m 상공에 들것을 띄워 이동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디자인됐다. 이 드론은 멀리 날아가야 하는 배터리도 필요없고, 장애물을 스스로 피한다거나 뭔가를 감지하는 센서도 전혀 필요가 없다.
이처럼 들어가는 부품을 최소화해 제작단가를 낮춰 911달러로 만들겠다는 의미로 드론 이름에 '911$'를 넣었다.

정연우 교수 연구팀의 프로젝트는 2년 전 시작됐다. 한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드론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것에서 출발해 인명구조에 쓰이는 드론 개념들이 나오게 됐다. 정 교수는 "기존에 나왔던 응급구조 드론 개념들을 살펴보니 현실 가능성이 없는 것뿐이었다. 사람을 태워 공중에 띄우려면 드론이 굉장히 커야 하고 비행시간도 10여분밖에 안되는데 구조가 가능할까"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 그는 "구조대원이 부상자를 구조하고 드론 조종까지 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너무 많았다"고 설명했다. 환자도 혼자 떠서 높이 날아가면 심리적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 교수와 연구팀은 사용자 관점에서 모든 것을 다시 생각했다. 드론을 최대한 가볍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배터리를 유선으로 연결해 등에 짊어지는 것까지 발전했다. 구조자 입장에서는 인력 수고를 덜고 구조에만 집중케 하고, 환자는 지근거리에서 유선으로 연결돼 구조대원을 따라가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연구팀은 모든 디자인과 설계를 마치고 지난해 말 기술과 디자인 특허를 출원했다. 이후 비공개로 있다가 이번 디자인 어워드에 선보인 것이다.

이 응급구조 드론은 드론전문기업 드론돔과 함께 양산설계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기본 설계사양 등을 진행, 이후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정 교수는 2년 후면 출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금 단계에서 벌써 소방청이나 재난관리기구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그는 지난해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신개념 운송수단으로 본상을 수상했던 '체이스클레어'를 2021년 출시 목표로 양산화 작업을 하고 있다. 체이스클레어는 무거운 바퀴를 밀어야 하는 휠체어를 혁신적으로 개선한 새로운 운송수단이다. 그는 "휠체어는 환자나 노인처럼 거동이 불편한 사람만 이용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차별화된 시도"라며 "일반인도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이라 1인 운송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 교수는 현대차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있다가 5년 전 UNIST 교수로 임용됐다. 정 교수의 주종목은 모빌리티다.
정 교수와 연구팀은 세계 유명 디자인 어워드에서 전기차, 하이퍼루프, 수상보트를 비롯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우산까지 다양한 제품을 출품해 수상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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