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공포에 연타 맞은 뉴욕증시…금리 인하 힘받나
2020.02.26 15:47
수정 : 2020.02.26 15:4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미국 증시를 연일 강타했다.
미 증시와 원자재 시장이 출렁이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금리를 내려도 시장의 코로나19 공포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15% 하락한 2만7081.36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3.03% 내린 3128.21에 마감했으며 나스닥 지수는 2.77% 내린 8965.61에 장을 끝냈다. 같은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0% 내린 49.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전날에도 3.7% 떨어져 2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례적인 연속 폭락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24일에도 각각 3.56%, 3.35%씩 내려갔다. 미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양대 지수가 이틀 연속으로 3%대 낙폭을 보였다며 2016년 6월 3~4%대 연이틀 하락한 이후로는 약 4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다우 지수는 이틀간 1910포인트 가까이 빠졌다. 다른 경제매체 CNBC는 미 투자정보회사 S&P 다우존스 인디시즈를 인용해 지난 이틀 동안 S&P 500지수가 폭락해 시가총액이 약 1조7370억달러(약 2110조원) 줄었다고 보도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19의 확산과 그에따른 경기 침체 우려였다. 이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인들에게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가 불가피하다며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내 확진자 숫자는 60명이며 사망자는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드러웠던 경기 침체 우려가 코로나19 사태와 겹치면서 시장 불안을 조성했다고 분석했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석유 가격이 급락한 것도 이러한 배경때문으로 보인다.
안전자산 가격은 급등세를 보였다. 10년 만기 미 국채 가격은 이날 유통금리가 장중 1.31%를 기록하면서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30년물 국채 가격 또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날 급등했던 금 선물 가격은 25일 1.6% 내려간 31.1g당 1650달러에 장을 마쳐 9거래일 만에 처음 하락세를 나타냈다.
■ 작년 무역전쟁과 올해 코로나 데자뷔
시장에서는 연준이 충격에 대비해 조만간 금리 인하로 돈풀기에 나선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에 따른 연준의 금리인하가 이번 코로나19 확산 사태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준은 지난해 5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자 7월부터 3차례에 걸쳐 금리를 낮춘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수석투자전략가 마이클 애런의 말을 인용해 시장에서는 연준이 미 경제를 부양하고 코로나19에 따른 부정적 충격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릴 것이란 예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애런은 "투자자들은 코로나19가 연준의 대응 의지를 높이고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 "이전 경험으로 보면 중앙은행들은 시장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종종 도움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 움직임으로 볼 때 투자자들은 연준이 6월까지 최소 한차례, 12월까지 추가로 한차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월 금리인하 전망은 지난 한 달간 배 가까이 늘어 확율이 47%까지 높아졌다. 금리인하 확률이 반반이라는 것이다.
반면, 연준 고위관계자들은 이번주 들어 아직은 금리인하를 얘기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25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충격이 "세계 경제에 파급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은 그 충격의 규모나 지속성 어느 것에 관해서도, 또는 실질적인 전망 조정을 유발할지에 대해 추정조차 하기 이른 시기"라고 말했다. 연준 기준금리가 1.5~1.75% 수준으로 인하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연준이 금리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금리인하가 이번 코로나19 충격에 대한 대응으로는 부적절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코너스톤매크로의 로베르토 페를리 애널리스트는 "통화완화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경제가 수요충격에 직면했을 때 가장 효과가 높다"면서 "지금은 그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리도 낮고, 수요충격이 아닌 자신감 상실의 상황이어서 금리인하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페를리는 금리인하는 "바이러스가 통제돼 경제가 재도약할 때" 부양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지금의 성장 둔화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