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격수 이수진' 후보로 나서자.. 밝힌 선거 전략

      2020.02.28 08:50   수정 : 2020.02.28 09:55기사원문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동창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나경원 통합당 의원의 졸업앨범. 이들은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 뉴스1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보수와 진보를 대표해 격돌했던 나경원 의원과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 뉴스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 나경원(57) 미래통합당 의원을 잡기 위해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이수진(51) 전 판사를 투입했다. 이에 따라 서울 동작구을 싸움은 진보-보수 전체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는 21대 총선 최대 흥행카드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 민주당, 나경원 대항마로 청와대· 법조계· 벤처기업인· 투사 등 고심끝에 판사 7년후배 투입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7일 오후 서울 동작구을 후보로 이수진 전 판사를 전략공천했다.

통합당의 스타 정치인인 나경원 의원이 버티고 있는 동작구을은 '종로', '광진을'과 더불어 서울 3대 승부처 중 한 곳이다.
종로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일찌감치 낙점했던 민주당은 나경원 대항마를 놓고 청와대 출신(고민정 전 대변인), 법조계 출신(이수진· 이탄희 전 판사), 벤처기업인 출신(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두려움을 모르는 신인(김남국 변호사) 등 여러 인물 사이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자체 여론조사 기구와 외부 여론조사 기구 등을 총동원해 저울질하던 민주당은 고민정 전 대변인을 오세훈 전 서울시장쪽(광진을)으로 배치한 뒤 '나경원을 잡으려면 역시 맞불이 최고'라는 결론에 도달, 이수진 전 판사를 전략공천키로 했다.

◇ 화려한 나경원…서울법대 동기 조국 낙마, 패스스트랙 투쟁으로 진보진영 '공공의 적'· 노회찬과 명승부

이처럼 민주당이 고심에 빠질 정도로 나경원 의원 이력은 화려하다.

나 의원은 서울대 법대 역사상 가장 많은 유명인사를 배출했다는 82학번(조국 전 법무장관· 원희룡 제주지사· 김난도 서울대 교수· 강철서신 저자이자 주사파 대부로 불렸던 김영환 등)으로 학창시절 빼어난 미모로도 이름을 날렸다.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의 권유로 법복을 벗고 한나라당에 입당, 보수정당 영입 여성판사 1호(진보정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를 기록했다.

2004년 17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뒤 18대(서울 중구), 19~20대(동작을)까지 국회의석을 지키고 있다.

2018년 12월 보수정당 사상 첫 여성원내대표로 당선 된 그는 2019년 패스트트랙 저지와 조국 전 장관 낙마에 앞장서 진보진영으로부터 '공공의 적 1호'로 찍혔다.

나 의원은 당의 권유로 2014년 7월30일 서울 동작을 재보선에 출마, 진보진영의 사실상 단일후보 였던 고(故) 노회찬 의원(정의당)을 접전 끝에 누르고 3선 고지를 밟았다. 나 의원은 3만8311표(득표율 49.9%), 노 의원은 3만7382표(48.69%)를 얻어 두 사람간 표차는 929표에 불과했다. 3위를 차지한 김종철 노동당 후보(1076표)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 의원은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후 20대 총선에선 민주당 후보를 1만2245표차이로 넉넉하게 누르고 보수정당 현역 여성의원 중 최다선 기록을 세웠다.

◇ 나경원의 판사 7년 후배 이수진, 양승태 '사법농단' 폭로로 명성… 진보 vs 보수, 적폐 vs 신적패 구도

나경원 저격수 임무를 맡은 이수진 후보는 사법연수원 31기로 인천지법·서울고법·서울 중앙지법 판사·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대전지법·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 수원지법 부장판사 및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 민주당 인재영입에 응해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나 의원(사법연수원 24기)보다 판사 7년 후배인 이 후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이던 2016년~2017년 대법원 민사 연구관으로 있으면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2018년 '강제징용 판결 지연 의혹'을 폭로하는 등 법원내 내부고발자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달 31일 입당식에서 이 후보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첫 번째 이유는 국회의 벽으로 지난 1년간 사법정책연구원에서 사법개혁을 위한 연구보고서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 결국, 정치를 통해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라는 입당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이 나경원 의원을 '청산해야 할 적폐 정치인'으로 규정한 만큼 이 후보도 이러한 구도를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또 중도층까지 호감을 표했던 노회찬 의원을 대신해 자신이 설욕전에 나선다는 점을 널리 알리는 방식으로 나 의원 표밭까지 넘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나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야말로 정리해야 할 '신적폐'라는 전략으로 맞설 계획이다.
공격의 주된 목표를 이수진 후보 개인보다 문재인 정권으로 삼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계산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저런 면에서 서울동작을은 진보 대 보수, 적폐 대 신적폐 대결이라는 프레임 대결로 방향이 정해졌다.
이는 21대 총선 전체를 관통하는 프레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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