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도 통제도 실패" 코로나19 앞에 고개숙인 '한중일 리더십'
2020.02.28 13:41
수정 : 2020.02.28 13:44기사원문
7년이 지난 2020년 한·중·일의 지도자들은 코로나19라는 재앙 앞에서 나란히 시험대에 올랐다. 아직은 진행중인 코로나 정국이지만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주석, 아베 신조 총리 모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리더십에 상처를 입고 있다.
■文, "곧 종식" 발언후 확진자 쏟아져
지난 26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은 긍정적인 평가가 44.7%, 부정적인 평가가 51.0%로 나왔다. 긍정과 부정평가의 격차는 6.3%포인트로 주간기준 올들어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이번 조사는 지난 25~26일 이틀 동안 전국 성인 1514명을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문 대통령의 부정평가를 끌어올린 결정적인 요인은 코로나19 관련 대응이다. 지난 13일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코로나 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 20일 확진자가 세자릿수로 늘어나면서부터 오히려 폭발적인 증세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코로나19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며 판단착오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여기에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국민들의 원성이 쏟아지면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치솟았다. 중국인 입국금지 대신 방호복 등 방역물자를 보냈던 정부가 정작 우리 국민의 마스크 조차 씌우지 못하게 했다는 비난이었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에서도 '대구 봉쇄' '국가체계 잘 작동해 확진자 급증' 등 국민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돌출 발언들이 나오며 대통령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기도 했다.
■'크루즈 격리' 고집했던 아베, 지지율 폭락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지지율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4일 공개된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7%를 기록하며 지지한다는 응답 46%를 앞섰다.
대표적인 우익 매체 산케이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급락했다. 지난 25일 공개된 산케이신문·후지뉴스네트워크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36.2%로 한달만에 8.4%포인트 추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46.7%였는데 지지한다는 응답을 웃돈 것은 1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것은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신'이다. 일본 정부는 초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봉쇄에만 치중하며 별다른 대책을 준비하지 않았다. 오히려 크루즈 확진자를 일본내 확진자로 계산해서는 안된다며 규모 축소에 급급했다. 특히 한국정부의 코로나19 검사 능력과 비교하며 오히려 검사를 하지 않아 확진자가 적은 것 아니냐는 논란만 키웠다. 실제로 28일 오전 9시기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총 검사자가 6만8918명인데 비해 일본의 검사자는 27일 기준 2058명에 불과하다. 하루의 차이가 있지만 한국이 일 8000여명 이상의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차는 월등하다.
일본 역시 마스크 품귀를 겪고 있다. 일본정부는 마스크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월 생산량을 4억장에서 6억~7억장으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매점매석 등으로 여전히 물량은 부족한 상황이다. 27일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919명이다.
■쓰촨성 때와 달랐던 시진핑, 퇴진 요구도
'시황제'라는 별명이 붙었던 시진핑 중국 주석은 코로나19로 은폐, 축소 논란속에서 퇴진요구까지 나왔다. 특히 쓰촨성 지진 당시 적극적인 공개활동, 이후 서민적인 행보를 보이며 이전의 중국지도자들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속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아무런 존재감이 없었다.
중국정부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람들에게 '유언비어를 퍼트리지 말라'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압박을 가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속에 진실을 오래 숨기지는 못했다. 오히려 코로나19를 세상에 알린 영웅 의사 리원량이 지난 5일 끝내 사망하자 SNS에는 "不能. 不明白."(할 수 없다. 모르겠다.)라는 글이 급격하게 확산됐다. 목숨을 걸고 진실을 알리겠다던 시민기자들의 연이은 실종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쏟아지는 확진자에 중국의 국가시스템이 붕괴됐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시진핑 주석은 2월 10일에서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뒤늦게 사태 악화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것일 뿐이라는 냉소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한·미·일 지도자 모두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것이라고는 예측을 못했던 것 같다"면서 "특히 문 대통령, 시 주석, 아베 총리 모두 집권 이후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안정적인 상황이었고 또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각 정상들에 대한 평가는 코로나 19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마지막에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