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타고 세계속으로 떠나볼까
2020.02.29 08:00
수정 : 2020.02.29 07:59기사원문
2020년만큼 직장인에게 우울한 해가 또 있을까. 공휴일 수는 예년보다 유난히 적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해외여행을 계획하기도 어렵다. 강제로 '방콕'해야 하는 처량한 상황에서 기분 전환하기에는 넷플릭스도 좋은 선택이다. 앉은 자리에서 다양한 국가와 도시의 매력이 드러나는 수많은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여행 가이드 '앉아서 세계속으로' 시리즈를 내놨다. 가장 먼저 살펴볼 나라는 고대 로마제국과 남유럽 르네상스의 발현지 이탈리아. 과거 유럽 문화의 중심지답게 나라 자체가 문화유산이나 다름없다. 언제 어디서 촬영해도 '작품'이 되는 이탈리아를 넷플릭스 콘텐츠로 살펴보자.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의 중심 도시 피렌체는 액션 블록버스터 '6 언더그라운드'의 촬영지다. 이 작품은 뉴욕과 파리, 홍콩 등 세계 각지를 무대로 하지만, 시청자 열의 아홉은 영화 속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피렌체를 뽑는다. 영화 초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카 체이싱 총격전이 이 도시에서 촬영돼서다.
이 환상적인 액션신은 하마터면 세상에 나오지 못 할 뻔했다. 피렌체 역사상 이 정도의 대규모 액션신을 촬영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겟돈'과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거대한 폭발 장면으로 유명한 '파괴왕' 마이클 베이가 메가폰을 잡은 것도 한 몫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피렌체 시장에게 "여러분의 도시를 날려버릴지도 모르지만, 그 대신 본 적 없는 피렌체를 보여 드리겠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6 언더그라운드'는 시뇨리아 광장, 정의의 기둥 둥 피렌체의 여러 명소를 집대성해 보여준다. 그중 최고는 '스카이워커' 포(벤 하디 분)가 지붕을 타고 내려오는 파쿠르 장면을 연출한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로마 산 피에트로 대성당,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 밀라노 대성당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성당이다. 영화처럼 돔 위를 마음껏 뛰어놀 수는 없으나, 돔 전망대에 올라 피렌체 전경을 감상하는 건 가능하다.
자진 퇴위로 화제가 되었던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관계를 담은 실화 바탕의 영화 '두 교황. 영화 감상 전 많은 이들이 성스러운 교황청의 실제 모습을 화면으로 만나길 기대하지만, 아쉽게도 그 모습은 거의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다. 영화가 두 교황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교황청에서도 영화 촬영을 불허해서다.
'두 교황'의 제작진은 교황청의 느낌을 자아내기 위해 이탈리아 전역의 유사한 양식을 갖춘 건물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이탈리아의 베르사유'라 불리는 카세르타 궁전,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빌라 파르네세 등이 대표적인 촬영지. 이러한 제작진의 노력 덕분에 교황청을 다녀왔던 관람객들도 이질감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교황청 내부에 위치한 건물은 아니지만, 교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촬영지가 한 곳 있다. 바로 교황의 여름 별장 카스텔 간돌포. 이곳은 수 세기간 교황의 개인 공간으로 사용되었으나 지난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중에게 개방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두 교황'은 카스텔 간돌포 외부에서 촬영됐다. 이곳에 방문하면 교황의 서재와 도서관은 물론,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림 등 종교적 색채를 물씬 풍기는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